[부산/경남/동서남북]공립 대안학교 사태, 철저히 조사하고 분명하게 조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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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사회부
강정훈·사회부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한 달 만에 지역 교육계가 깡그리 달라질 수는 없다. 다른 조직에 비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특성, 기득권층의 저항 탓이기도 하다. 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씨가 경남도교육감 자리에 앉았지만 지역 교육계는 “아직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진보 교육감에게 과제가 던져졌다. 경남의 첫 공립 대안중학교로 올 3월 개교한 경남꿈키움학교의 교사 언행 문제다. 학부모들은 1일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학생을 때리고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반 학교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대안학교여서 파문은 더 컸다. 폭언과 폭행 내용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뺨 연타, 가슴 꼬집기, 창틀에 발 올리고 엎드려뻗쳐….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성적표를 미리 뜯어 본 학생이 대상이었다. 청소를 게을리 하고 친구와 다툰 학생도 포함됐다. 교사가 심한 욕설을 했다는 진술도 있다.

학교 측 해명은 가관이었다. ‘일부 교사의 폭언은 확인했다. 그러나 학부모가 주장하는 교사 폭력은, 폭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읽어 보기라도 한 것일까. 심지어 “학생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결과”라고도 했다. 별난 학생과 별난 학부모의 돌출행동으로 몰아가려는 느낌이었다.

도교육청의 초기 대응도 ‘학교 감싸기’로 오해할 정도였다. 담당 장학사가 나가 교사들의 진술만 듣고 돌아왔다. 학부모와 학생은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곤 교사 4명이 연루된 사실을 전제로 ‘욕설은 있었지만 폭언으로 보기에는…’ ‘뺨은 때렸지만 폭행이라기엔…’ 식의 설명을 내놨다.

참다못한 학부모 대표들이 6일 오전 도교육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학교장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휴가를 마치고 이날 출근한 박 교육감이 학부모들을 따로 만났다. 8일로 잡았던 면담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장과 교사의 전면 교체, 교장 공모, 교육감 직속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박 교육감은 일단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나머지 사안은 추가 면담에서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 교육감은 낡은 교육을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조사하고 분명하게 조치해야 한다.

경남꿈키움학교는 ‘돌봄과 치유로 몸을 깨우고 마음을 살피는 교육’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꿈 키우미 육성’ 등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 눈높이까지 무릎을 굽혀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교사진으로는 벅차 보인다. 6월 선거에서 현직 교육감이 무너진 결정적인 계기는 진주외고 폭력 사태였다. 박 교육감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안을 포함해 변화를 바라는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자신의 선거 구호인 ‘아이가 먼저다’에 항상 무게를 실어야 한다.

강정훈·사회부 manman@donga.com
#교육감#전교조#진보#공립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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