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칼로리 음료, 정말 설탕 음료보다 나을까?[건강팩트체크]

  • 동아닷컴

최근 개정된 미국의 식이지침은 설탕뿐 아니라 무설탕 감미료도 가급적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개정된 미국의 식이지침은 설탕뿐 아니라 무설탕 감미료도 가급적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설탕 대체 감미료 음료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당뇨병·비만 등의 우려 때문에 전통적인 가당 음료를 끊고 제로칼로리 음료로 옮겨간 소비자가 적지 않다. “설탕보다는 낫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다.

하지만 최근 개정된 미국 연방 식생활 지침은 가당 음료뿐 아니라 무열량 인공 감미료 첨가 음료 역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반영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지침과 함께 공개된 과학 보고서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비(非) 당류 감미료가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 위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moderate)’의 근거,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 위험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low)’의 근거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들 연구는 대부분 관찰 연구에 기반한 통계적 연관성으로, 인과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프랑스 국립 보건 의학연구소(INERM)가 주도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NutriNet-Santé)는 10만 명 이상을 최대 12년간 추적한 결과, 가장 소비량이 많은 아스파탐, 아세설팜 칼륨, 수크랄로스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당뇨병·암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관찰 연구라는 한계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축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이론이다.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낮추거나 해로운 독소 배출 균을 늘려 장내 미생물 균형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됐다.

문제는 이런 관찰 연구만으로는 인공 감미료가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자료가 축적돼야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개정된 미국의 식이지침은 설탕뿐 아니라 무설탕 감미료도 가급적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개정된 미국의 식이지침은 설탕뿐 아니라 무설탕 감미료도 가급적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관련 업계는 반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음료 협회는 “관찰 연구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며 체중·혈당·혈압에 악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50건 이상의 인체 임상시험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설탕을 인공 감미료로 대체했을 때 체중 감소나 혈당 개선 효과가 관찰되기도 했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음료의 60%가 무설탕 제품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역시 “승인된 사용 조건 내에서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우려가 없다”라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스파탐의 경우 전 세계 115개국 이상에서 승인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 대체제에 관한 연구 결과는 건강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잠재적 위험 신호가 혼재돼 있다. 다만 정책 당국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 셈이다.

한국은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제로 커피, 제로 에너지드링크 등 관련 제품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개정된 미 식이지침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로 음료가 위험하니 기존 가당 음료로 돌아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둘 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가급적 멀리하라는 권고다.

프랑스 연구를 이끈 마틸드 투비에 박사는 “해답은 설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며 “설탕 음료 섭취를 줄이되,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제품에 대한 섭취도 함께 줄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물과 천연 탄산수, 무가당 차를 일상 음료로 삼고, 가당 음료나 인공 감미료 음료는 ‘가끔’ 마시는 선택지로 밀어내라는 것이 이번 개정 지침의 방향이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