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손주 돌봄’ 뜻밖의 효과…“노년 인지 기능에 긍정 영향”[노화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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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년 1월 27일 16시 28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주 육아’, ‘황혼 육아’, 심지어 ‘독박 손주 돌봄’이란 표현은 맞벌이 자녀 부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말들이다. 손주 돌보기가 육체적으론 힘들 수 있지만 고령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학술지 ‘심리학과 노화’(Psychology and Aging)에 게재된 연구는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교 연구자들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잉글리시 종단적 노화 연구’(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참여한 조부모 2887명(모두 50세 이상·평균 나이 67세)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설문에 응답하고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았다.

설문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손주를 돌본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돌봄 빈도와 유형에 대해서도 자세히 질문했다. 여기에는 손주를 하룻밤 맡아 돌보기, 아픈 손주 간호하기, 놀이 또는 여가 활동 함께 하기, 숙제 도와주기, 등·하교 및 각종 활동에 데려다주기, 식사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손주를 돌본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조부모에 비해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검사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나이,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유지됐다. 이러한 효과는 돌봄의 유형이나 빈도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특히 손주를 돌본 할머니들이 그렇지 않은 할머니들보다 연구 기간 수행한 인지 기능 검사에서 평가한 인지 저하 폭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라는 역할 자체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지, 얼마나 자주 돌봤는지나 손주와 무엇을 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조부모에게 있어 손주 돌봄이 주는 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돌봄 빈도나 구체적 활동보다는 돌봄에 관여하는 전반적인 경험 자체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족 간 관계와 사회·경제적 여건 등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반영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서로 지지하는 화목한 가족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것과, 지원이 부족하거나 비자발적이고 부담으로 느껴지는 환경에서 돌보는 것은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이 48.2%(2024년 기준)에 달하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의 56.8%, 특히 막내 자녀가 6세 이하인 유배우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51.5%로 조사됐다. 많은 맞벌이 부부가 영·유아 돌봄의 상당 부분을 조부모에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조부모 돌봄은 신체적 피로와 정서적 부담, 경제적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적절한 수준의 손주 돌봄이 노년층의 인지 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부모 손주 돌봄이 이미 우리 사회 돌봄 체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과 노년층의 인지 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조부모 돌봄을 공적 돌봄 체계 안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정책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7/pag00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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