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 4명 중 약 1명꼴로 암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대한암학회의 ‘2025 암 연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암 유병자 수는 258만 8079명이다. 전체 인구의 5%다.
발병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노화나 유전처럼 개인이 개입할 수 없는 소인과 생활 습관 같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다. 후자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 그중에서 신체활동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것이 식단이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무엇을 먹느냐가 각종 암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연구의 초점은 슈퍼푸드나 항산화 물질의 효과에서 벗어나, 장기간에 걸친 전반적인 식습관이 암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도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인구 집단 수준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한 사람들의 발병 위험이 낮은 경향이 일관되게 관찰된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식이와 암에 관해 과학이 밝힌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첫째, 식물성 식품 위주로 섭취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식물성 단백질이나 살코기(양질의 동물성 단백질)를 중심으로 한 식습관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일부 암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일관되게 보고된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이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수치가 더 낮기 때문일 수 있다. 만성적으로 높은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수치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핵심 특징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불필요한 세포 분열과 성장, DNA 손상, 세포 사멸 억제를 촉진하는데, 모두 암의 대표적 특징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와 견과류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이는 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 식이섬유는 소화·흡수되고 남은 찌꺼기가 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해 발암 물질과 장 점막의 접촉을 줄이고, 장내 유익균을 늘려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 전문가는 상추, 케일, 시금치, 루콜라 같은 잎채소와 당근, 고구마, 호박 같은 노란색 채소를 자주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 고기 선택은 신중하게 베이컨, 소시지, 햄과 같은 가공육은 국제 암 연구소(IARC)에 의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붉은 고기는 ‘발암 가능 물질’에 속한다. 인간 대상 역학적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 실험 등에서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다수의 증거가 나와 ‘2A군’으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가 위험한 것은 특정 형태의 철분(헴철)과,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이 DNA 손상 관련 화합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공육은 제조 과정에서 첨가하는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암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암과 영양 전문가들은 가공육은 피하고, 붉은 고기는 주 2~3회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세계 암 연구기금(WCRF)에 따르면 조리된 무게로 350~500그램을 한 주에 2~3회 나눠 먹으면 적당하다. 생고기로 치면 700~750그램이다.
소·돼지·양고기 대신 생선을 먹으면 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셋째, 초가공식품 줄이기 당분이 잔뜩 들어간 탄산음료를 포함한 초가공식품이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당분과 열량이 높은 데다 맛이 좋아 과식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유발로 이어지기 쉽다.
초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여러 화학물질이 장내 유익한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 사이의 균형을 깨뜨리고, 장 점막을 손상해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영국 의학 저널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게재된 프랑스 연구자들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가공 식품과 음료의 변질을 막고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흔히 첨가하는 보존제(식품 방부제) 섭취량이 많은 사람들에서 전체 암과 제2형 당뇨병 위험 발생 위험이 더 높게 관찰됐다. 암 중에선 특히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강하게 연결됐다.
넷째, 안전한 음주량이란 없다…금주가 최선 과음이나 폭음이 가장 위험한 알코올 소비 형태이지만, 소량 음주도 일부 암의 위험을 높인다.
최근 연구들은 “소량의 음주조차 일부 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술은 대인관계의 윤활유 등 긍정적 역할도 일부 있다. 그럼에도 덜 마실수록 덜 해롭고, 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얼마 전 미국 암학회(ACS) 학술지 캔서(CANCER)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한 주에 알코올 함량 16% 소주(360㎖) 4.3병 또는 4.5% 맥주(500㎖) 11캔 수준의 과음을 평생 해온 사람은 음주량이 거의 없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은 25%, 특히 직장암에 걸릴 위험은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로 분해된다. 이 물질은 DNA와 세포를 손상시켜 암 위험을 키운다. 또한 알코올은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여 일부 유방암을 촉진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DNA 복구를 방해할 수 있다.
술을 마신다면 공복에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 없이 음주할 경우 발암물질 노출이 더 커질 수 있다.
다섯째, 커피·차·발효 유제품은 암 위험 낮추는 데 도움 커피와 차를 하루 최대 세 잔까지 마시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수치를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다양한 자연 유래 화합물이 세포 손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단 조건이 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마셔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제품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칼슘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한 동안 덜 건강하다는 인식이 일부 있었던 전지방(full-fat) 유제품 역시,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섭취할 경우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개정된 미국 식이 지침과 다수의 연구에서는 전지방 유제품을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섭취할 경우 대사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었다.
특히 무가당 요거트, 치즈, 케피어(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발효된 마시는 유제품) 같은 발효 유제품이 권장된다. 장 건강 증진·염증 수치 감소와 연관된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생활 + 신체활동’, 가장 강력한 암 위험 감소 조합 건강한 식생활과 함께 활발한 신체활동을 병행할 때 적정 체중 유지 및 대사 건강 개선을 통해 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암 예방에서 식이와 운동은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만, 체중·인슐린·염증이라는 핵심 경로에서는 서로 맞물려 작동한다. 식단을 바꾸거나, 운동만 늘리는 것보다 둘을 병행했을 때 효과가 가장 일관되게 관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16~64세, 65세 이상도 유사한 기준)에게 다음과 같은 유산소 활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라고 권고한다.
유산소 활동은 주 150~300분의 중등도 또는 주 75~150분의 고강도 신체 활동이다. 빠르게 걷기, 시속 약 16㎞ 이하로 자전거 타기, 편안한 속도의 수영 등이 중등도 활동에 해당한다. 고강도 운동은 조깅, 경사가 있는 빠른 속도의 등산, 16㎞/h 이상 속도로 자전거 타기, 인터벌 훈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루 20~30분 이상, 심장 박동이 살짝 빨라지도록 움직이는게 핵심이다.
근력 운동은 주 2일 이상 다리·엉덩이·등·가슴·복부·팔 등 주요 근육 군에 골고루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헬스장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하는 스쿼트, 팔굽혀펴기 같은 맨몸운동으로도 충분히 근육을 기를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신체 활동을 병행할 경우 적정 체중 유지, 내장지방 감소, 대사증후군 위험 감소 등의 결과로 각종 암뿐 아니라 당뇨·심혈관 질환·치매 위험까지 동시에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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