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 “피의자 호송” 전화지시도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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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부署 “문서 보내라”… 팩스 받은 후에 데려가
檢, 영장전담검사제 내주 도입

검찰이 ‘영장전담판사’처럼 경찰이 신청한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을 전담해 심사하는 ‘영장전담검사(수사지휘전담검사)’제를 9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 신청 영장을 꼼꼼히 검토해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수사지휘권의 실질적 강화로 경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본보 2011년 12월 28일자 A14면 “경찰이 신청한 영장 심…


실제로 5일에는 “피의자를 호송하라”는 검찰의 구두 지시를 경찰이 거부하는 등 검경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구지검, 창원지검, 울산지검 등 지검과 지청 10여 곳은 자체적으로 1, 2월에 영장전담검사들로 구성된 수사지휘전담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부서는 관할 경찰서에서 신청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구속 영장과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증거관계 및 법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거나 재지휘하게 된다. 검찰은 근무성적이 좋거나 근무경력이 오래된 검사들을 우선적으로 이 부서에 배치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이날 내사 지휘에 대한 실무상 혼선을 막기 위해 “민원인의 단순한 진정이나 탄원에 대해 경찰에 내사 지휘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 지검 및 지청에 내려보냈다. 검찰은 다만 피해자가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바라는 등 실질적으로 고소·고발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고소·고발사건에 준해 수사지휘를 할 방침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이날 인천지검 수사관에게서 “마약 관련 범죄 피의자를 데려가 가두라”는 전화 지시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경찰청이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해 반드시 문건으로 접수한 뒤 실행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천 남부서는 곧바로 피의자 송치 관련 서류인 인치지휘서를 작성해 보내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후 검찰이 팩스로 인치지휘서를 보내자 경찰은 해당 피의자를 호송했다. 검찰이 경찰에 전화로 피의자 호송을 지시했던 기존 관행이 깨진 셈이다.

향후 영장전담검사제가 도입되면 검찰이 영장 검토 과정에서 수사지휘권을 무기로 경찰을 압박할 수 있다. 경찰도 ‘준법투쟁’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는 만큼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내사 지휘 거부 이외에도 검경이 충돌할 수 있는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수사실무지침 17개 조항 가운데 △호송·인치 △유치장 감찰 △수사중단 송치명령 △송치 전 지휘 등 관련 조항은 검경이 맞부딪칠 여지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에서 수배한 범죄자를 경찰이 체포했을 때 지금까지는 경찰이 해당 검찰청으로 범죄자를 호송했지만 앞으로 경찰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치장 감찰도 충돌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검찰은 유치장 감찰 과정에서 경찰의 일반사무 관련 서류까지 모두 열람해 왔지만 앞으로 체포·구속 관련 서류만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이런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26일 수사협의회를 열어 수사지휘 체계 조정안에 대한 실무상 문제점을 논의하고 합리적인 수사지휘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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