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막가는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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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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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샷’은 싱거워? ‘귓불주’에 ‘쇄골주’까지…

서울 시내 4년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최모 씨(21·여)는 지난주 미팅에서 처음 만난 남학생과 속칭 ‘쇄골주’ 마시기를 했다. 여성의 쇄골(빗장뼈)에 소주를 부은 다음 남자 파트너가 이를 핥아 마시는 것. 최 씨는 “평소 1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어김없이 쇄골주 단계까지 간다”고 말했다.

최근 새 학기를 맞아 대학가는 연일 술자리로 떠들썩하다. 대학생에게 요즘은 새터(새내기배움터), 미터(미리배움터), 신입생 환영회 등 2월부터 이어지는 이른바 ‘폭음 주간’이다. 폭탄주 돌리기와 술 강권하기 등 기성세대의 음주문화가 그대로 침투된 대학 사회 술자리에서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위험한 벌주게임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 목 끌어안고→무릎에 앉히고

1일 오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걷고 싶은 거리의 한 술집. 개강을 앞두고 들뜬 남녀 대학생들로 2층까지 모두 만석이었다. 3 대 3 미팅이 한창이던 한 테이블에서는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라는 외침 속에 한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에 앉은 채 서로 껴안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유행이라는 ‘5단계 러브샷’ 중 3번째 단계다.

서로 팔을 걸고 마시는 1단계와 목을 끌어안고 마시는 2단계를 넘어서면 3단계부터는 노골적인 스킨십이 이어진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입에서 입으로 술을 건네는 4단계와 5단계 쇄골주까지 간다는 것. 최 씨는 “술이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1단계부터 서서히 강도를 높여나간다”며 “억지로 하는 건 아니지만 술기운 없이 맨 정신에는 절대 못한다”고 말했다. 정신이 몽롱하다 보니 거부감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느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귀를 술잔에 잠깐 담근 뒤 귓불을 핥는 ‘귓불주’도 유행하고 있다. 쇄골주가 여대생의 쇄골에 술을 부어 남학생이 마시는 일방형이라면 귓불주는 남녀 모두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게임을 통해 ‘왕’으로 뽑힌 사람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왕 게임’을 통해 남녀 간 키스 이상의 강도 높은 스킨십을 강요하는 행위도 자주 벌어진다고 한다. 대학원생 김모 씨(27)는 “왕 게임은 수위가 높을수록 재미있기 때문에 키스는 기본이고 옷 벗기기를 시키기도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쿨하게’ 즐긴다”고 했다.

○ 폭음하다 4년간 10명 사망

대학가의 음주 문화는 마시는 행태뿐 아니라 음주량도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전국 63개 대학 406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폭음자 비율이 전체의 7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음이란 일반 남성 기준으로 한자리에서 순수 알코올 40g 이상을 마시는 것으로 보통 소주 5잔 이상을 말한다. 특히 남자 대학생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3번 이상 폭음한다’고 응답했다.

음주 때문에 안타까운 사망 사고도 어김없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명의 대학생이 음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0일에도 학교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과음한 연세대 건축공학과 3학년 남학생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승옥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대학생의 음주 문제를 지나치게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대학생에게 과음과 폭음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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