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홀린 아줌마 도박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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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로 유혹-마약 커피 먹여 억대 사기… 13명 입건

미인계를 써 남성을 도박판으로 유인한 뒤 마약을 탄 술과 커피를 먹여 돈을 갈취한 황모 씨(57·여) 등 아줌마·할머니 사기도박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40대 후반∼70대 후반대인 황 씨 등 도박단은 강남권 도박판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온 일명 ‘날씬이파’ 조직원들. 이들은 도박판을 총괄하는 일명 ‘하우스장’과 남성을 유혹해 도박판으로 데려오는 ‘미인계’, 패를 조작하는 ‘기술자’, 판돈을 대주는 ‘꽁지’, 판돈을 키우는 ‘바람잡이(바지)’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도박판을 벌여 왔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박모 씨(63)는 이들의 수법에 걸려 억대의 돈을 도박판에서 잃었다. 박 씨는 최근 일명 청담할머니(74·여·도피 중)로부터 조직원 중 가장 젊고 예쁜 현모 씨(48·여)를 소개받았다. 현 씨는 박 씨와 애인 사이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를 도박장인 송파구 석촌동의 한 가정집으로 유인했다.

이들은 화투를 치는 도중 몰래 박 씨에게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로라제팜’을 탄 술과 커피를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으며 이 사이 화투패를 조작해 모두 1억5000만 원을 갈취했다. 우울증 치료제 등으로 처방되는 로라제팜은 기억상실과 최면 등을 일으켜 피해자가 돈을 잃은 사실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옆에서 ‘꽁지’들이 돈을 계속 빌려주며 판 규모를 키우는 바람에 박 씨는 생계수단인 덤프트럭도 팔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 씨 등 일당 13명을 검거하고 달아난 김모 씨(48·여) 등 2명을 수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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