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1절 연휴… ‘독립 혼’ 찾아 도심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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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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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문 ‘보성사’서 찍어 인사동 ‘태화관’서 낭독
군중 마포종점 모여 “만세”… 주변 볼거리-맛집도 풍성

3·1절 덕분에 새 학기를 코앞에 둔 학생들의 마지막 방학이 하루 더 늘었다. 3일 연휴로 어른들에게도 부담이 없는 만큼 이번 연휴 중 하루 정도는 아이들과 ‘역사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기 십상이지만 잘 살펴보면 독립운동의 흔적은 서울 시내 곳곳에 묻어 있다.

○ 음식점에서 독립선언서 낭독을?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3·1독립선언문 낭독. 그 장소부터 가장 먼저 안내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동길을 걷다 인사동 사거리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 꺾어 150m가량 들어가면 하얀색 빌딩 한 채를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태화관’이라는 고급식당이 있던 자리. 빌딩 이름도 그래서 ‘태화빌딩’이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만해 한용운 선생 등 민족대표들은 왜 일개 식당을 독립선언문 낭독 장소로 택했을까. 이곳에 서 있는 ‘삼일독립선언유적지’ 비에는 ‘(이곳은) 경술조약 때 매국 대신들의 모의처로 사용되던 곳이니 3·1독립운동 때는 그 조약을 무효화시킨다는 뜻으로’ 이곳을 정했다고 써 있다. 거사 당일 이곳에 모인 민족대표들은 독립선언 직후 일본에 자수하게 된다. 이후 이 건물은 한 기독교재단이 인수해 여성교육기관을 설립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 독립선언문은 어디서 찍어 냈나

이날 민족대표가 낭독한 독립선언문은 인쇄물 형태로 뿌려졌다. 총 3만5000부가 제작돼 탑골공원 등에도 뿌려졌다. 이 선언문의 인쇄를 담당한 곳은 ‘보성사’라는 인쇄소였다. 원래는 현 고려대, 보성중·고교 전신인 ‘보성학교’의 교재를 출판하던 곳이다.

‘보성사’ 터는 지금의 조계사 극락전 바로 뒤에 있다. 태화관처럼 작은 비석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다소 쓸쓸해 보인다. 보성고 측은 “1920년대 자료를 살펴보면 보성사 위치에 다른 건물이 들어섰다는 기록이 있다”며 “1919년 6월경 일제가 보복성 방화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성사는 독립선언문을 읽은 민족대표들이 현장에서 구속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조선독립신문’도 찍어내 배포했다. 신문에는 구속 사실과 함께 “2000만 민족 최후의 일인까지라도 결코 난폭적 행동 또는 파괴적 행동을 없도록 하라”는 당부도 들어있었다. 조선독립신문은 일제의 눈을 피해 8월 29일까지 발행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정확한 폐간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주변 볼거리도 풍성


대부분의 독립운동 사적지가 종로구 인사동 주변에 몰려있어 나들이 가족들이 들를 수 있는 곳도 많다. 여유가 있다면 조계사에서 조금 걸어 나가 천도교 중앙대교당(경운동)을 찾아가보자. 인사동 쌈지길 바로 옆 ‘석정길’을 따라 종로3가 쪽으로 나가면 어렵지 않게 찾는다. 붉은 벽돌로 올린 고풍스러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다.

잠시 쉬어 갈 곳을 찾는다면 인사동길 골목의 ‘아름다운 차 박물관’을 찾아가면 된다. 박물관보다는 찻집에 가깝지만 세계의 차나 각종 다기(茶器)를 구경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있다. 가끔 기획전시도 준비된다고 한다. 한가운데는 차나 빙수 등을 먹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대문 밖에서 일어난 독립운동 터를 찾아보고 싶다면 마포구 마포동 불교방송사 앞길로 가면 된다. 독립운동 당시엔 전차 종점이었다. 일제 경찰의 진압 때문에 사대문 밖으로 밀려나왔거나 탑골공원에 가지 못했던 많은 군중은 오후 8시부터 이 곳에 모여 밤을 새워 독립만세를 외쳤다. 마포동에 왔다면 지역 명물인 ‘주물럭갈비’를 맛볼 것을 권한다. 마포역 1번 출구에서 마포대교 쪽으로 걸어가면 주물럭갈비를 파는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50년대까지 배가 드나들던 마포나루였던 이곳에 뱃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고기 식당이 발달한 것이 이 골목의 기원이라고.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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