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문화단체장 이만기’에 쏠린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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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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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힘듭니다. 좀 지켜봐 주십시오.” 2일 경남문화재단 초대 대표로 뽑힌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최근 기자에게 전화로 “(체육인이어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예술단체와 언론 지적을 새겨 열심히 재단을 꾸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바꿔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보 2월 1일자 A16면 참조 ▶ 이만기 경남문화재단 대표 내정 ‘적임성’ 논란 확산

이 교수를 대하는 문화예술계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부에서는 선임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경남도와 김태호 지사를 겨냥하고 있다.

다만 단체 운영이 관(官)과 직·간접 관계인 탓에 전면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설립자산 129억 원, 적립목표 1000억 원인 경남문화재단 대표 자리가 녹록하지는 않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도 넘겨받게 된다. 이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에 기금 마련과 예술단체 후원 등을 잘 해낼지 걱정스럽다. 방송 출연으로 바쁜 그는 이번에 김해시생활체육회장직도 맡았다.

이 교수의 전력(前歷)도 시비 대상이다. 그는 2000년 총선 당시 마산에서 출마하려다 한나라당 공천 번복 파동으로 뜻을 접었다. 2004년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떨어졌다. ‘폴리페서’에 가깝다. 재단 대표 진출이 선거 등을 겨냥한 덩치 불리기, 이미지 바꾸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임기가 남아 있는 경남도 산하 기관장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줄줄이 보따리를 싸는 꼴불견을 그가 재연해선 곤란하다. 그는 9일 “정치에는 관심 없다. 대표 임기(3년)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남도는 그에게 ‘중립, 객관적인 업무 처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특정 장르나 인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기란 우리 예술계 풍토에서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뚝심과 맷집은 이럴 때도 필요하다. 두터운 인맥과 친화력은 그의 강점이다. 주변 우려를 ‘편견에 사로잡힌 기우(杞憂)’로 바꿔놓을지, 아니면 ‘역시’라는 혹평 속에 마침표를 찍을지 이 교수하기에 달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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