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부산, 공공예술로 날다

  • 입력 2009년 6월 15일 03시 00분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6·25전쟁 이후 ‘자갈치 아지매’들이 억센 사투리로 삶의 터전을 꾸렸던 부산 자갈치시장. 건물이 낡아 재개발이 불가피했다. 2006년 말 새 모습을 드러낸 자갈치시장은 다부진 생명력을 표현했고, 비약하는 부산의 의지를 담아냈다. 갈매기 형상을 한 이 건물은 열림과 소통의 개방감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대상 없는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부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명된 부산시청 1층 부산홍보관에 들어서면 ‘멈출 수 없는 변화의 시작’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 ‘젊음의 도시, 첨단도시,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이 ‘도시를 디자인하자’는 슬로건으로 변화의 몸짓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시민이 있고 ‘가장 좋은 디자인은 자연이다’는 원칙도 빼놓을 수 없다.

○시민이 함께하는 공공디자인

부산에서 새로운 개념의 공공디자인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당시 문화관광부로부터 중구 광복로 일대가 ‘간판문화 개선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관 주도가 아닌 시민들이 주체가 된 이 사업은 3, 4년간 지역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광복로를 예술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주말이면 이 일대가 ‘차 없는 거리’로 사람들이 넘쳐나고 연말연시면 대학동아리, 지역예술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빛의 축제’가 열려 소통의 공간으로 커뮤니티를 창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땀으로 일궈낸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문현 안동네’ 벽화사업은 공공예술의 결정체. 주민들은 허름한 집 담벼락에 자신들의 소박한 삶 이야기를 직접 그렸다. ‘어둡고 칙칙한 동네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마을은 밝고 화사하게 다시 태어났다. 주말마다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었고, 탤런트 원빈과 김혜자 씨가 모자간으로 출연하는 영화 ‘마더’의 촬영장으로도 이용됐다.

○어울림과 열림, 소통하는 공간

부산의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으로 품격 있는 도시를 연출하는 것도 부산 변신의 한 축이다.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재활용센터인 수영크린센터는 산고 끝에 탄생한 걸작품.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으나 끈질긴 대화로 합일점을 도출했고 지난해 완공 뒤에는 열린 환경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파도 형상의 담벼락에 배 모양과 산의 곡선을 부드럽게 접목시킨 건축물은 부산의 자산이 됐다. 올해 2월 완공된 낙동강 구포대교의 야간경관 조명사업을 비롯해 2012년까지 40개소에 설치될 야간경관 조명사업, 간선 도로변에 옹벽이 유난히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10여 곳의 회색빛 옹벽에다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도 도시를 예술작품으로 꾸미는 중요한 사업이다.

부산국제건축문화제를 중심으로 한 도심재생프로젝트도 도시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찾아가는 거리 갤러리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사상구 삼락동 조광페인트∼현대계전 간 170여 m의 낡은 담벼락을 5개 대학과 전문작가 등 70여 명이 참여해 건축과 공공미술이 가미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다음 달 중에는 부산진구 서면중학교 옆 굴다리와 동래구 온천천 중앙로 벽면, 중구 망향로 옹벽이 활력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도시 디자인사업은 사하구 감천2동 산복도로(일명 감천고개) ‘길섶미술로(路) 꾸미기’로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6·25 전쟁 당시 피란민촌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에 조각가와 교수, 주민들이 참여해 10여 개의 조형물을 설치한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주민 참여가 도시디자인 핵심”▼

“아름다운 경관과 포구를 가진 작은 어촌이지만 도심으로부터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았던 부산 해운대 청사포를 청사포답게 디자인하는 데 열정을 쏟아보겠습니다.”

부산도시디자인위원회 위원이면서 부산시의 경관협정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청사포에 기술자문을 하고 있는 부산대 우신구 교수(46)는 “주민이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경관보전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제정된 경관법에 따라 도입된 경관협정제도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보전, 관리, 디자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

청사포는 방파제와 등대, 해안선, 보호수, 마을길, 철길 등 경관자원이 많아 보전가치가 높고 살기 좋게 가꾸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의가 대단해 올해 초 경관협정 시범지역으로 뽑혔다. ‘도시를 디자인하자’는 시의 슬로건을 맞춤식으로 적용해 보자는 것도 선정 이유다.

우 교수는 “경관협정은 부산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사례가 없는 생소한 사업이어서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손쉽고, 가능한 일부터 찾아 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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