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프로축구 울산 현대 ‘시민구단 전환’ 논란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6시 23분


최근 현대중공업이 구단주인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아직 구단 측의 공식 제안은 없었지만 호랑이 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호랑이 축구단 서포터스인 ‘처용전사’ 홈페이지에도 최근 이 같은 회원 글이 종종 게재되고 있다.

호랑이 축구단 관계자는 “현재의 기업형 구단으로는 연고의식 부족으로 관중 동원에 한계가 있다”며 “울산은 대기업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구단 운영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에 찬성했다.

호랑이 축구단 홈 경기장인 울산 문수경기장 관중석은 4만3000여 석이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 명 안팎에 불과해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보는 것도 현대가 시민구단에 눈을 돌리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울산시와 시민들은 “그동안 호랑이 축구단에 많은 지원과 애정을 쏟았는데…”라며 시민구단 전환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경기를 위해 1168억 원을 들여 문수경기장을 짓는 등 총 3000여억 원을 들여 경기장 주변 도로를 개설하고 체육공원을 조성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울산시는 현대 측에 문수경기장을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간 30억 원씩, 10년간 임대’를 제안했다.

“수천억 원을 들인 경기장을 현대에 헐값에 넘긴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개발제한구역에 건립된 문수경기장에는 대형매장 등을 유치할 수 없어 경기장 임대료 말고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는 “연간 1억 원에 울산공설운동장을 전용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버텨 결국 ‘유료관중 수입의 20%’를 사용료로 받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이 조건에 따라 지난해 1억3000여만 원을 받는 등 임대료는 연간 1억 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올 1월부터는 10%로 삭감해 수익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연간 2억여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문수경기장 잔디 관리도 시가 해주고 있다.

문수경기장은 2001년 4월 이후 지금까지 총 85억2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매년 12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무소속 이윤석 의원 올해 국정감사 자료).

현재 시민구단으로 운영 중인 대구 등 타 구단은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체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매년 40여억 원의 적자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체육계의 한 인사는 “현대가 축구단에서 손을 뗀다면 울산시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호랑이 축구단의 시민구단 전환 움직임이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올해 말로 협회장 16년 임기가 끝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은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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