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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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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산대놀이-소놀이굿, 세계에 내놔도 통해
지역특징없는 官주도축제 과감히 없애야”
“양주시에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무형문화재가 많아 민속극 축제를 열기에 가장 좋지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연출했던 극단 미추 손진책(61·사진) 대표가 2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 양주시 별산대놀이마당에서 열리는 ‘2008 양주 세계민속극축제’의 총연출을 맡았다.
그는 “별산대놀이와 소놀이굿, 상여와 회다지소리 등 백성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민속극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바로 양주”라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 더욱 열의가 생긴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민속극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서민의 삶을 반영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주 소놀이굿은 중요무형문화재 70호로 서민들이 모여 가족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굿 형태의 민속극이다. 또 태국의 극단 옹사실파는 혼돈의 시대를 살던 한 노숙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안데스 음악을 연주하는 시사이는 남미 인디오의 정서가 잘 표현된 전통 음악 위주의 공연을 펼친다.
손 대표는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 등 이웃 나라의 민속극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정서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웃의 정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이질적인 서양의 정서도 쉽게 이해할 테니까요.”
양주시가 처음 기획한 민속극 축제지만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의 공연단까지 참가하게 된 것은 손 대표 덕분이다.
그는 “첫 공연이라 준비할 시간도, 예산도 모자라 힘이 들었지만 초청에 흔쾌히 응해준 해외 공연팀이 많았다”며 “이들을 통해 양주의 민속극을 해외에 보내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 등 규모가 큰 행사를 연출한 명성에 비해 양주시가 마련한 행사를 맡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빙긋 웃었다.
“문화에 좋고 나쁨이 없고, 귀하고 천한 것도 없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문화가 어디 있겠어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 지역의 좋은 소재(무형문화재)를 바탕으로 행사를 열면서 저를 불러주었으니 기쁘게 이 일을 맡았어요.”
10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축제를 개최하지만 양주의 민속극처럼 지역의 특징을 반영한 축제는 많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전국에 넘치는 수많은 축제 중 좋은 행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역 특징과 아무 상관 없는 소재로 행사를 열면서 많은 사람만 불러 모으려는 축제는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또 행정기관이 행사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되죠. 지역 주민이 참여해 축제를 만들고 즐겨야 좋은 행사죠.”
이번 축제에는 양주 시민으로 구성된 15개 문화예술단체가 공연에 나서며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도 교통안내 등에 나설 예정이다.
각 주민자치센터에서 춤이나 연극을 배우는 주민들도 이번 축제의 무대에 오른다.
행사장 주변의 양주시청과 군부대, 유양초등학교는 행사 기간 중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031-844-5675∼6, yangjufestival.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