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 TV읽기]궁금한건 뭐든 방송한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9시 47분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 유재순씨가 ‘일본 TV 읽기’를 통해 일본 방송계의 핫이슈와 톱스타, 대중 문화의 흐름을 전한다. 유재순씨는 81년 신동아 논픽션부분에 당선된 이후 르포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일본 호세이대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편집자주)

일본 TV 프로그램의 좋은 점은 다양성이다. 하루종일 방송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공영인 NHK TV와 다섯 개의 민간방송 채널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다.

정확한 뉴스를 보려면 1번 NHK TV를, 신랄한 사회풍자와 화제성 정치뉴스를 재미있게 보려면 10번 채널인 TV아사히를, 일본프로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 자이안트에 대한 소식이 궁금하면 요미우리 신문사 계열인 4번 니혼 TV를, 시사 다큐 버라이어티와 격렬한 토크쇼를 즐기려면 마이니치 신문사 계열인 6번 채널 TBS TV를, 연예 오락 코미디 요리 프로그램은 산케이신문 계열인 8번 후지 TV를, 그리고 주식 등 경제동향을 알고 싶으면 도쿄신문사 계열인 12번 도쿄방송을 들으면 호기심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시간대에 따라 방송 성격도 판이하게 달라 오전 9시까지는 대체로 날씨, 교통사정에 대한 정보를 방송하고, 10시 이후터는 무조건 전업 주부들을 위한 연예계 다이제스트나 드라마를 내보낸다.

오후는 주로 재방송이 많고 저녁부터는 각 방송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메인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심야는 그야말로 청소년과 남성들을 위한 방송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선정적인 프로그램 일색이다.

젖가슴(가슴노출은 방송심의에 걸리지 않는다)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노출은 물론 심지어는 포르노에 가까운 장면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카소네 수상 시절, 여자의 누드사진을 집중적으로 싣는 일본판 ‘팬터하우스’에 수상의 인터뷰 기사가 누드사진 옆에 나란히 실린 것처럼, 일본 TV는 신분이라든가 품위같은 사회적 카테고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저 인간이 궁금한 거라면 무엇이든 영상에 담아 있는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한국처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청자들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는 흉흉한 사회범죄들이 무분별하게 방송되는 TV 때문이라고 책임전가 하는 일도 없다.

아마도 이같은 분위기는 일본인의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일본인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여간해서는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일본인의 기본적인 의식구조는 ‘와다시(나)’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내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따라서 도산한 회사 경영자가 자살하고, 정치가의 비리가 폭로될 때 비서가 자살을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주인을 잘못 모셨다는 책임의식에서 그러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국민성 덕분에 일본의 TV 종사자들은 한국같은 심의기관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울 수가 있다. 자유로운 소재 선택, 권력자들에 대한 회화, 호모, 레즈비언 등 성차별없는 출연으로 자신들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가 있는 것이다.

(在日르포작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