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프랭클린 자서전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성실하게 살았던 한 사내가 있었다. 중년에 이르러 그는 ‘도덕적으로 완벽해지자’고 결심한다. 그는 자신이 갖추어야 할 13가지 덕목을 정했다. 절제, 침묵, 규율, 결단, 절약, 근면, 정직,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이다.

그는 작은 수첩을 만들어 자기 행동을 점검했다. 페이지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나타내는 일곱 칸을 만들었다. 아래로는 자신이 세운 13개의 덕목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에 매일 자신이 지키지 못한 덕목은 점을 찍어 놓았다.

그는 이 수첩을 평생 동안 적어 나갔다. 그는 결코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남들보다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치밀하고 끈기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모든 미국인의 아버지(The father of all the Yankees)’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뛰어난 인쇄공이자 신문발행인이었으며, 전기의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 뛰어난 정치인, 외교관이기도 했다. 심지어 군사 지휘관의 역할까지 멋지게 해냈다. 모든 분야에서 교양이 넘치고 능력 있는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던 셈이다.

어떻게 그는 이토록 엄청난 능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프랭클린은 학교에 10세까지밖에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인쇄공인 형에게 보내졌다. 이것이 프랭클린에게는 행운이었다. 활자를 다루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또 읽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를 만든 것은 엄청난 양의 독서였다.

어린 프랭클린은 자기만의 독서법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돈이 없던 탓에 그는 몇 권 구하지 못한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훌륭한 문구가 있으면 짤막하게 발췌해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 재워두었다. 그러곤 책을 다시 펼치지 않은 채, 그 글을 떠올려 자기 문장으로 적어보았다. 이런 식으로 그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기 문장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익혔다.

프랭클린은 솜씨 있는 토론으로 이름 높았지만, 이 또한 독학으로 익혔다. 당시 미국인들은 대부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들 사이에는 종교 논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프랭클린은 목소리를 높여서는 상대를 이기지 못함을 알았다. ‘반드시’, ‘의심할 바 없이’라는 날카로운 표현으로 상대를 윽박질러도 안 된다. 한 순간의 논쟁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마음 상한 상대방은 두고두고 나의 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 시인의 말을 인용해 승리의 길을 터득했다. “가르치지 않은 것처럼 가르쳐야 하고, 상대가 모르는 일은 잊혔던 일처럼 말해야 한다. 확신이 있더라도 겉으로는 망설이는 척하면서 말한다.” 또한 프랭클린은 상대방을 승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배려에서 설득력이 나온다는 것도 깨달았다.

프랭클린은 절제할 줄도 알았다. 스무 살이 안 되어 독립한 그는 채식주의를 택했다. 고기를 안 먹으니 식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식사 자체가 간단해지자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프랭클린은 그렇게 생긴 시간을 책을 읽고 자신을 가다듬는 데 썼다.

‘프랭클린 자서전’에는 이렇듯 치열했던 프랭클린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의 자서전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읽힌 책’이라 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오직 노력만으로 성공을 거머쥔 프랭클린의 모습은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고, 내게 주어진 조건은 언제나 불리하게 느껴진다. 많은 이주민들은 술로 처지를 달랬지만, 프랭클린은 투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현실을 이겨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의 시대, 프랭클린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강한 영감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킨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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