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전문가 진단, ‘개발+환경’ 상생의 대안은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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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술 보유한 기업엔 규제 풀어줘야”

《경기 여주군 강천면은 한강수계 보전을 위해 지정된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다.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과 대학 신설이 금지되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반면 강천면과 맞붙은 강원 원주시 문막읍은 한강수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지만 경기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천면이 받는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등록된 공장은 강천면이 17개, 문막읍이 120개로 크게 차이가 난다. 여주군 인구는 2001∼2005년 388명이 감소했지만 원주시 인구는 1만4858명이 늘었다. 원주시에는 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행정구역에 따라 선을 그은 ‘획일적인’ 각종 환경 및 수도권 규제가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을 낳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 주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환경 규제 방식을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미래형 시스템’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구역별 획일적 규제, 소규모 난개발만 부추겨, 배출권 매매제 도입 필요

박석순(환경공학) 이화여대 교수, 박재광(건축환경공학)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최한나 팔당물환경센터 박사,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환경전문가 4명에게서 수질 관리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수도권 환경규제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상(紙上) 대담’ 방식으로 들어 봤다.

―수질 보호를 위한 각종 환경규제가 오히려 난개발을 조장한다고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박석순=광범위한 ‘입지(立地) 규제’가 소규모 난개발과 ‘고오염 저소득’ 산업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1998∼2002년 축산폐수가 팔당호 권역에서 6.2% 증가했다. 음식점 숙박업소 위락시설 등 소규모 업체들이 들어서며 난개발이 계속돼 왔다. 이는 입지 규제가 실패한 정책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과거 환경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공장이 폐수 배출의 상징처럼 인식될 때는 입지 규제가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기술의 발달로 상황이 달라졌다. 획일적으로 입지를 규제할 게 아니라 환경관리 비용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저오염 고소득’ 산업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는 게 환경을 지키는 길이다.

▽최한나=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종 방류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정에 어떤 물질을 사용하느냐, 공장의 면적이 얼마냐 등에 따라 규제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지금처럼 건축면적 기준의 입지 규제를 하면 소규모 공장과 축산농가, ‘나 홀로 아파트’ 등의 난립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100개의 소규모 공장보다는 2, 3개의 대규모 공장 쪽이 수질관리를 하기에 더욱 효율적이다.

팔당상수원 수질 개선엔 BOD기준 적용 의미없어 생활하수 관리가 더 중요

▽박재광=유해물질을 제조 과정에 사용하더라도 무해한 수준까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기업에는 법 적용을 일부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나친 규제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미국의 경우 직접규제 방식이던 환경정책이 1970년대부터 시장원리를 도입한 간접규제 방식으로 전환됐다. 환경기술을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할당량보다 줄이면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오염 저감에 노력하도록 유도했다.

―팔당 상수원 수질관리 방식은 어떻게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최한나=팔당호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을 과학적으로 따져 지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어 팔당댐을 기준으로 물이 흐르는 거리(유하 거리)가 80km 이상인 경기 가평군 북면, 여주군 강천면, 이천시 장호원읍, 안성시 일죽면 등은 규제지역이다. 그러나 유하 거리가 50km에 불과한 강원 홍천군 등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이천시 장호원읍은 규제로 침체되고 있지만 접경한 충북 음성군 감곡면은 경전철 역사 건립이 예정되는 등 대규모 개발이 계획돼 있다. 행정구역에 따른 획일적 규제는 이처럼 타당성이 없으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홍욱희=팔당 상수원 수질을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1ppm 이하로 맞춰야 한다는 현재의 목표 설정은 잘못됐다. 하천수에 포함된 유기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기준인 BOD는 국가 경제력에 따라 달라진다. 가난할 때는 BOD가 낮다가 경제 발전과 함께 높아지고 경제가 더욱 발전하면 점차 낮아져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BOD가 1ppm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은 식수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팔당호의 경우 생활하수나 가축 배설물 등 유기물질 유입에 따른 ‘부영양화’가 문제지만 BOD 기준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처할 수 없다.

▽박석순=수질관리의 기본 원칙은 사용 용도에 맞게 적정 기준치를 설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팔당호와 같은 상수원 용도의 수질관리에는 난분해성 유기물, 병원성 미생물, 암모니아성 질소 등이 관리 대상이 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BOD가 대표하는 게 아니다. BOD 1ppm은 무리하기도 하지만 무의미한 목표다.

―한국의 환경당국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홍욱희=환경정책은 지금 당장 어떤 대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5년, 10년이 지나야 서서히 나타난다. 효과적인 환경정책 수립에는 전문 지식과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수준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경우 박사급 전문지식을 갖고 한자리에서 10년, 20년 근무하는 공무원이 많다. 한국은 1, 2년 단위로 자주 바뀐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환경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수질문제는 해결이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20∼30년 전 한국만큼 심각하게 수질오염 문제를 겪었지만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면서 많이 개선됐다. 한국은 수질 개선에 그동안 수십조 원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환경규제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한 원인이다.

▽박재광=미국은 연방정부가 사용 목적에 따라 수계별로 수질 기준을 정하면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규제 방식을 수립해 해당 기업체에 적용한다.

전문화된 인력이 없다면 이러한 규제 방식은 만들 수도, 유지할 수도 없다. 선진국에서는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환경 규제를 했다가는 피해를 본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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