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방학 없는 ‘기숙사族’

  • 입력 2007년 6월 26일 06시 12분


‘잠만 자는 기숙사는 이제 그만!’

방학이면 텅 비던 대학 기숙사가 취업 준비와 ‘몸값’ 높이기를 꾀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경영학과 2학년 박보령(20·여) 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국외로 어학연수를 갈까 고민하다가 교내 기숙사에 남기로 했다.

박 씨는 대학 측이 마련한 외국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 달 동안 영어를 익힐 계획이다.

그는 25일 “기숙사 내에서 외국인 교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영어만 사용하므로 효과가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비용이 저렴하고 2학점도 딸 수 있어 꽤 실속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학생 82명(영어 67명, 중국어 15명)을 대상으로 기숙사에서 합숙 형태로 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25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된다.

원어민 교수 10명이 지도하는데 오전 9시 영어회화 수업을 시작으로 오후 9시까지 외국어만 사용해야 하므로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는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연수 비용은 대학 측이 부담하고 학생들은 기숙사 비용만 낸다.

영어를 지도하는 바버라 에드먼슨(30·여) 씨는 “이 정도 환경이면 외국어를 현지에 나가 공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 달 동안 학생들과 회화 글쓰기 등 취업에 필요한 실용적인 공부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대 기숙사는 현재 1830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귀향’ 대신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교내 어학강좌 수강 등을 통해 몸값 높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영남대 기숙사에는 650명이 남아 공부와 씨름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 집이 있는 법학과 3학년 최민아(20·여) 씨는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로 시간을 아껴야 하므로 기숙사 생활이 매우 효과적”이라며 “아침마다 2학기에 달라질 내 모습을 상상하며 경쟁력을 키우자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대구대도 학기 중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 2300명 가운데 35%인 800여 명이 남아 공부에 빠져 있다.

한편 안동대는 28일부터 8월 중순까지 기숙사를 개방한다.

재학생 250명을 비롯해 생활체육지도자연수와 과학영재교육원 학생 등 320명이 기숙사를 이용할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허인 관장은 “예전에는 방학이 되면 기숙사를 관리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연중 학생이 붐벼 기숙사의 역할이 달라졌다”며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직원들이 세심하게 배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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