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서강대 총장 “대학규제는 손발묶고 권투하라는 격”

  • 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코멘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취임 1년 인터뷰에서 “대학에 자율을 주지 않으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시절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없이 국가 경쟁력은 없다”고 했다. ‘자유시장 원리’에 대한 신념이 일관적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취임 1년 인터뷰에서 “대학에 자율을 주지 않으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시절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없이 국가 경쟁력은 없다”고 했다. ‘자유시장 원리’에 대한 신념이 일관적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육 경쟁력 없이 기업 경쟁력이나 국가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교육도 시장에 맡기고 대학에 자율을 주는 것만이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18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서 대학 총장으로 옮긴 지 1년을 맞은 손병두(65) 서강대 총장은 어느덧 ‘대학 자율 전도사’로 바뀌어 있었다.

손 총장은 서강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신부(神父)가 아닌 평신도 출신 총장, 임기 중 월급 한 푼 안 받는 무보수 선언, 임기 4년간 1000억 원의 학교 발전기금 모금 약속 등으로 취임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전경련 부회장 시절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자율에 대한 정부 규제도 기업 규제 못지않습니다. 개방 경제에서 대학도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자율 없이 경쟁력을 가지라는 것은 손발을 묶어 놓고 사각의 링에서 권투를 하라는 것과 같지요.”

○기부입학은 교육을 통한 부의 재분배

입학정원 자율화와 기부입학 허용 등과 관련한 그의 소신에는 대학 경쟁력 강화 이상의 깊은 뜻이 있었다.

“양극화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 못지않게 기회의 양극화도 문제입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기부입학 허용’이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보아야 합니다. 즉, 교육을 매개로 한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습니다. 기부금으로 교육 여건이 좋아져 ‘가난하고 능력 있는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 신분 상승 기회를 주면 경제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1000억 발전기금 모금 연내 달성할 것

―총장 취임 당시 ‘거액’의 발전기금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는데….

“160억 원가량을 모았는데 며칠 전 모 기업이 100억 원 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 등을 위한 기숙사를 짓는 데 모 기업이 39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20년간 기숙사 후생관 등 시설을 운영하며 수익금을 회수하고 학교에 되돌려 주는(BTO) 방식이지요. 임기 4년이 아니라 올해 말까지 투자자금을 포함해 1000억 원을 넘겨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대학 동문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뒤 이들에게서 기부금을 모았으나 앞으로는 기업들에 다가갈 생각입니다.”

서강대는 신입생 지원율(수시 1차 기준)이 2005년 15.88 대 1에서 2006년 28.81 대 1로 높아진 것 등 학교 위상이 높아진 것은 손 총장의 활발한 ‘발전기금 모금’ 등으로 대학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경제주의의 서강학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학 내에 ‘시장경제연구소’를 세웠는데요.

“연구에 그치지 않고 반(反)시장 정책에 대한 대안 제시도 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시장 실패’도 있었지만 ‘정책 실패’의 폐해가 더 크다는 인식이 높습니다.”

○“무보수 생활 강연료로 그럭저럭 메워”

―서강대의 장기 비전은….

“서강대의 발전을 위해 보강되어야 할 세 가지가 바로 비즈니스스쿨, 로스쿨, 메디컬스쿨입니다. 의대가 있는 가톨릭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인천 송도자유도시에도 20만 평의 터를 신청해 ‘제2캠퍼스’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무보수인 그는 어떻게 생활할까.

손 총장은 “부부가 사는 것이어서 생활비는 많이 들지 않지만 꼭 챙겨야 할 경조사가 많아 사실 부담된다. 대학 총장이 되니까 강연료도 올라 그럭저럭 메워 나간다”며 밝게 웃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