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동]‘맞춤형 줄기세포’ 응용연구 올스톱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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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눌러쓴 黃교수22일 오전 11시경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 위해 연구실로 들어서고 있다. 황 교수는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평소 이용하는 5층 현관 대신 처음으로 연구실로 연결된 통로 쪽의 쪽문을 이용했다. 홍진환 기자
모자 눌러쓴 黃교수22일 오전 11시경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 위해 연구실로 들어서고 있다. 황 교수는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평소 이용하는 5층 현관 대신 처음으로 연구실로 연결된 통로 쪽의 쪽문을 이용했다. 홍진환 기자
2005년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사이언스 논문을 근거로 진행돼 온 국내 연구가 사실상 중단됐다. 또 이 논문을 근거로 제출된 논문들도 게재 취소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할 처지다.

고려대 K 교수는 올해 초 황 교수팀에서 분양받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K 교수는 파킨슨병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신경세포를 주입하는 임상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에서 체세포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최초의 실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K 교수는 결정타를 맞았다. MBC PD수첩이 황 교수팀의 연구에 의혹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 황 교수팀이 K 교수에게 분양한 줄기세포주를 모두 회수해 간 것. 이 때문에 1년 가까이 진행되던 실험이 모두 중단됐다.

K 교수는 “연구원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내년 초에 유명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이 취소되면 이 논문을 근거로 준비한 논문도 한꺼번에 날아갈 수 있어 정말 걱정이다”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K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신경세포 또는 당뇨병 치료를 위한 췌장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2000∼200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주 등록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또 서울대 C 교수는 11월경 황 교수팀에서 줄기세포주를 분양받아 당뇨병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그는 “다른 연구팀에서 냉동수정 배아줄기세포를 받아서 연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황 교수팀의 논문을 근거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한양대 J 교수는 요즘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황 교수팀의 자료를 토대로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은 엄격한 윤리 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의 논문을 11월 미국생명윤리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황 교수팀의 난자 기증 과정을 공개해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황 교수팀의 논문이 허위라면 이 논문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J 교수는 “개인적으로 논문을 철회했으면 좋겠는데 공동 저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학회 쪽에서 일부 수정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황 교수팀의 2004년 논문을 윤리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를 3월로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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