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행령으로 사학惡法 분칠하자는 非法的 발상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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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한나라당 종교계 사학재단 등의 반대가 확산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종교계와 사학단체들이 추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학법 시행령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모법(母法)을 보완하겠다며 반발을 무마하려 한다. 이는 개정 사학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시행령으로 상위 법령인 사학법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는 것은 법체계상 얼토당토않은 발상이다.

시행령은 모법이 위임한 한계와 입법 목적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전체 사학의 24.4%나 되는 종교재단계열 사립학교의 개방형 이사를 종교인으로 제한하려면 모법에 이를 규정했어야 한다. 모법의 ‘개방형 이사’를 시행령에서 ‘폐쇄형(종교인) 이사’로 바꾸는 것은 포괄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이런 변칙을 들고 나오는 것은 법안을 만들 때 세밀한 부분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거듭 확인해 줄 뿐이다.

더욱이 위헌 시비가 있는 개방형 이사나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금지 조항을 시행령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다급한 나머지 해 보는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학법 개정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더라면 이런 독소조항이 걸러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법사위 심의를 생략했고 국회의장은 이런 개정안을 직권상정했다. 노무현 정권이 길게는 사학도 ‘장악의 대상’으로 보고, 짧게는 민심 이반으로 흐트러진 여당의 전열을 추스르는 계기로 삼기 위해 조급하고 부실하게 사학법 개정을 강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학법 파동은 사학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를 결의하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려면 노 대통령이 24일까지의 시한 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의 재의(再議)를 요구하는 것이 상책이다. 독소조항을 위법적인 시행령으로 덮겠다고 무리에 무리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모법 자체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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