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도청대상자 명단-내용 공개 검토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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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할지 주목된다. 검찰이 도청을 당한 인사들 명단뿐 아니라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까지 공개할 경우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청 전모 거의 파악=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3개월가량의 수사를 통해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안기부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 실태를 상당부분 파악했다. DJ 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의 최고 책임자와 정치권 배후를 가려내는 부분만 남았다. 이를 위해 다음주 DJ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내용 공개하나=서울중앙지검 황교안(黃敎安) 2차장은 19일 국정원이 감청장비를 이용해 도청했던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통비법상 도청이나 도청 내용 공개 자체가 엄격히 금지돼 있어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 ‘기술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명단만 공개돼도 파장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심각한 상황은 대화 내용까지 공개되는 경우다. 검찰은 안기부 비밀도청 조직 ‘미림팀’ 팀장 공운영(孔運泳·구속기소) 씨 집에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에 담긴 내용을 거의 다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공 씨의 진술을 토대로 파악했다고 한다.

DJ 정부 시절 도청 내용은 주로 김은성(金銀星·구속) 전 국내담당 차장과 당시 국정원 감청담당 부서인 8국 전현직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한 상태다.

문제는 대화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다. 김 전 차장의 경우처럼 사법처리되는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나 공소장 등을 통해 ‘범죄사실’로 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방법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도 도청된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런 방법으로 도청된 대화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내부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

무엇보다 도청 내용 공개가 몰고 올 정치·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할 때 검찰이 실제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YS 정부와 DJ 정부 시절 도청 수사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YS 시절 도청 실태가 비교적 소상히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 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안기부 시절 도청과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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