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가 대입 논술문제까지 내주나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별 논술고사에서 지식을 측정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발표했다. 영어 제시문을 내거나 수학, 과학과 관련된 풀이 과정을 요구하면 본고사로 간주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는 된다, 안 된다 하는 식으로 입시 문제의 구체적 지엽적 부분까지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대학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수험생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는지 측정하고 선발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의 핵심이다. 참여정부가 3불(不)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을 고집하고 있으나 이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논술고사 외(外) 필답고사’를 시행하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성적은 9등급으로 정해져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논술고사만이라도 각 대학이 제대로 실시해 학생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선발하게 해야 합당한 일 아닌가.

더구나 정부가 제시한 논술 판단 기준은 보는 이에 따라 애매하고 추상적이다. 수험생 수준을 측정하기 힘든 논술을 놓고 각 대학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1학기 수시입학에서 영어 제시문과 수학 풀이 과정 등이 출제됐으므로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각 대학 논술고사의 신뢰도와 변별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결국 논술고사 비중을 축소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1000분의 1의 수재를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 1의 수재를 데려 가서 잘 교육해야 한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논술 지도에 난색을 표해 온 고교에서 당장 “학생 지도가 쉬워졌다”고 환영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대학을 옥죄는 것도 모자라 입시 문제까지 간섭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행위다. 교육의 질을 높일 정책개발을 해야 할 시간에 지엽적 사안에 매달려 수험생의 학력(學力)을 떨어뜨려서야 되겠는가. 학생 선발은 대학에 맡기고 정부는 제 할 일이나 제대로 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