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委 민원으로 본 요즘 민심 “못살겠다&못믿겠다”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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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및 언론사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누리꾼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정부의 민원접수 창구 중 하나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어떨까. 2003년 1월∼올해 4월 인터넷으로 접수된 2만286건의 민원을 들여다봤더니 한국 사회의 현재의 모습을 ‘경기침체’와 ‘불신’의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경기침체=일용직인 조모(41) 씨는 M토건에서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2004년 4∼9월 일당 7만 원을 받기로 하고 매일 12시간씩 일했는데 임금을 안 줍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설노동자에게 234만5000원은 큰돈입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민원까지 내면서 하소연하겠습니까.”

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에서는 체불임금 전세(임대차)피해 가맹사업거래(프랜차이즈) 관련 등 경기불황을 반영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조 씨처럼 밀린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 달라는 민원은 4월 말 기준으로 노동 분야 민원의 46%였다. 이 수치는 2003년에는 38%, 2004년에는 44.6%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익을 못내는 사업체가 많아지자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세(임대차) 피해 민원도 2003년 83건, 2004년 89건, 2005년(4월 말 기준) 24건으로 꾸준했다.

단국대 송명규(宋明圭·부동산학) 교수는 “경기불황과 전세금 하락 현상으로 임차인들이 전세금을 회수하는 데 애를 먹는 ‘역전세난’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전세금 반환 소송이 줄지 않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맹사업거래와 관련한 민원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20%가량 늘어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영준(權泳俊) 경제정의연구소장은 “명예 퇴직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불황에다 운영 노하우 부족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신=‘고소사건을 재조사해주십시오.’ ‘교통사고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었습니다.’

2003∼2005년 위원회에 접수된 인터넷 민원을 분야별로 보면 ‘민사·형사·법무’ 영역에 속하는 내용이 해마다 전체 민원의 15% 정도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편파수사 부당’ ‘고소사건 재수사’ ‘부당한 수사지연’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2003년 39.8%, 2004년 48.2%에 이어 올해(4월 말 기준)는 40.8%를 차지했다.

경찰 및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민원창구까지 가지고 온 것.

원광대 양문승(梁汶承·경찰행정학) 교수는 “형사 및 법무 영역은 업무 특성상 규제와 처벌이 따르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불신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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