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검찰총장 “검사들끼리는 절대 폭탄주 마시지 말라”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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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폭탄주 추방 운동에 나섰다.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주도하고 있는 ‘폭탄주 근절 운동’은 ‘폭탄주=검찰’이란 이미지를 떨쳐내자는 것. 김 총장은 일선 검사들에게 “폭탄주는 검찰에서만 유행하는 술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에서 폭탄주를 한두 잔 마시는 것까지 감찰을 하지는 않겠지만 검사들끼리의 자리에선 절대 마시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 총장은 6월 30일 기자간담회 때도 “폭탄주는 검찰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데 일반 국민은 폭탄주 하면 검찰을 떠올린다”며 “검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폭탄주를 그만해야 한다는 데 일선 검사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탄주는 개별적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는 무식한 조직문화의 상징”이라고도 했다.

검찰의 폭탄주 ‘역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이 많다. 그중 국산 양주가 시판되기 시작한 1983년 박희태(朴熺太·현 한나라당 의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지역 기관장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 그 뒤 폭탄주는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의 생리와 맞아 ‘검찰 문화’로 굳어졌다.

한때 일선 검찰청에선 ‘폭탄주 많이 마시기 대회’가 열렸고,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처럼 폭탄주 예찬론을 펴는 ‘폭탄주 대가’도 생겼다. 심 전 고검장의 지론은 “폭탄주는 가득 채워야 하며, 조금씩 덜 채우는 데서 사사로운 정과 부정부패가 싹튼다”는 것.

하지만 1999년 6월 7일 검찰의 폭탄주 문화는 중대한 시련을 맞았다. 진형구(秦炯九)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 대낮에 폭탄주를 마신 상태에서 “1998년 11월 조폐공사 파업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전범’으로 삼기 위해 검찰이 유도한 것”이란 이른바 ‘파업유도’ 발언을 한 것. 진 전 부장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양주만 마시면 독하니까 맥주와 섞어 마신다”고 답변해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진 전 부장의 발언이 특별검사제 도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낮 폭탄주’는 감찰 대상이 됐고, 저녁에도 술을 삼가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김 총장의 전임자인 송광수(宋光洙) 전 검찰총장도 폭탄주를 멀리했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일선 검사가 폭탄주 얘기를 꺼내면 “그렇게 술을 잘 드십니까. 저는 밥을 잘 먹는데. 술 한 잔에 밥 한 공기씩 내기를 합시다”며 역(逆)제의를 했다는 얘기로 유명하다. 김 총장의 폭탄주 근절 운동으로 검찰에서 폭탄주가 ‘멸종’될지가 관심거리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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