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의 악몽’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기념관 된다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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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현장 보존17일 공개된 서울 용산구 갈월동 경찰청 ‘남영동 보안분실’의 내부. 이 방에서 1986년 박종철 씨가 물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이종승  기자
박종철 고문현장 보존17일 공개된 서울 용산구 갈월동 경찰청 ‘남영동 보안분실’의 내부. 이 방에서 1986년 박종철 씨가 물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이종승 기자
악명 높았던 경찰청 남영동 보안분실(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이 2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찰청은 17일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과거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인권기념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영동 보안분실의 실제 주소지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 국철 남영역 근처에 있어서 남영동 분실로 불려 왔다.

1976년 공안사범 수사를 위해 만든 이곳은 3000여 평 부지에 7층짜리 본관 건물과 2층 높이의 별관 및 부속건물, 테니스코트가 있다.

1986년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씨,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21년 만에 간첩누명을 벗은 함주명(咸柱明·본보 16일자 8면 참조) 씨 등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와 고문을 받은 곳.

경찰청은 2000년 리모델링을 통해 남영동 분실의 5층 조사실을 새롭게 꾸몄지만 박 씨가 숨진 509호실은 과거 반성 차원에서 욕조와 변기, 침대를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경찰청은 현재 남영동 분실을 사용하는 보안3과를 이달 말까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보안분실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신 경찰청사에 있는 인권보호센터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남영동 분실로 옮긴다.

내년 6월까지 부당한 공권력에 희생된 사람을 위한 추모 공간과 인권역사 전시관, 인권교육 및 체험 공간을 마련할 예정. 인권기념관에는 인권신고센터와 상담센터가 들어선다.

남영동 보안분실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자는 캠페인을 준비해 온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 사무국장은 “이 결정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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