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정부-서울大 최근 잇단 마찰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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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대통령자문국정과제위원회 등의 요직에 서울대 출신의 진출은 미미한 반면 지방대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은 서울대 출신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역시 지방대 출신이 역대 정부 중 최고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이는 권력 내 주류 세력의 교체를 보여 주는 현상의 하나로, 최근 정부와 서울대가 대학입시제도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밑바탕에는 이런 변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본보가 행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와 11개 국정과제위원회, 대통령 참모진 등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후 기용된 장차관의 경우 88명 중 지방대 출신이 12명(13.7%)으로 역대 정부에 비해 2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지방대 출신 장차관이 유신 이후의 박정희(朴正熙) 정부 때는 7.4%,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는 6.2%였으며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

서울대 출신은 51.1%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69.8%에 이르렀던 김영삼(金泳三) 정부에 비해서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김대중 정부 때의 47.5%보다는 다소 늘었다.

서울대 출신에서 비(非)서울대 출신으로의 이동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대통령 참모진 및 현 정부의 중장기 정책과제를 다루는 대통령자문국정과제위원회 위원들이다.

현재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이상의 대통령 참모진 14명 중 서울대 출신은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와 11개 국정과제위원회 위원에 위촉된 대학교수 126명(중복자 제외) 중 서울대 교수는 10명에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68명(54%)이 지방대 교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승만(李承晩) 정부와 유신 이전의 박정희 정부에서는 국내 인재 풀의 부족으로 외국 대학을 나온 해외파가 장차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나 유신 이후의 박정희 정부 때부터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신 이후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에는 사관학교 출신의 장차관 기용도 10%를 넘어 서울대 출신과 군 출신이 합쳐서 54.3∼74.4%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군 출신이 4.5%로 급감한 반면 서울대 출신이 3분의 2가 넘는 69.8%로 늘어났으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서울대 출신이 47.5%로 줄었다.

이번 조사에서 이승만∼김대중 정부의 통계자료는 ‘한국행정연구’ 2002년 가을호와 2003년 가을호에 실린 경상대 이시원(李時遠) 배병룡(裵炳龍) 교수의 논문을 참고했으며, 김대중 정부의 일부 자료와 노무현 정부 전체 자료는 본보가 자체 조사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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