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봄축제 관람객 숫자놀음 뒤엔…

  • 입력 2005년 5월 1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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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대축제 161만 명, 보성다향제 114만 명, 대나무축제 90만 명, 장보고축제 79만 명, 낙안읍성축제 40만 명….’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4월 30일에서 5월 8일까지 봄축제를 연 뒤 발표한 관람객 수다.

낙안읍성축제를 연 순천시는 지난해 보다 배가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했고 나비축제를 개최한 함평군은 5월 5일 하루에만 60만 명이 다녀갔다고 발표했다. 담양군은 이번 축제에 사상 최대인 90만 명이 찾았고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1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치단체가 정성껏 준비한 축제가 대성황을 이루는 것은 반길 일이다. 외지인들에게 고장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축제가 대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정확하지도 않는 관람수를 공식 집계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치단체들이 관람객 수를 산출하는 것을 보면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이다.

어떤 자치단체는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세트장의 숫자를 다른 세트장에도 똑같이 적용해 전체 관람객 수를 산출했다. 어떤 곳은 경찰의 인파 추산방법에 따라 평당 6명이 하루 3차례 정도 모이는 것으로 계산해 전체 행사장 면적에 이 숫자를 곱하기도 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올해도 자치단체 홈페이지에는 축제 관람객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8일 나비축제장을 찾았다는 한 관람객은 “나비가 날아다니지 않는 시간에는 나비생태관 입장권을 팔지 말든지 아니면 양해를 구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갔던 축제가 이렇게 실망스러울 줄 몰랐다”는 글을 띄웠다.

지난 주말 보성차밭을 찾은 관광객은 “주차장이 좁아 차를 대기가 불편하고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해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면서 주최 측의 무성의를 꼬집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겉으로는 그렇듯 하게 내세우나 속은 변변하지 못한 것을 꼬집는 말이다. 지자체들은 관람객 수 부풀리기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 뭘 바라는 지를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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