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조기입학 초등생은 천덕꾸러기?

  • 입력 2005년 5월 4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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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도 똑같은 1학년인데 왜 교과서를 주지 않는 건가요.”

1999년 3월 태어난 외동딸(6)을 올 3월 인천 부평구 S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시킨 회사원 정모(41) 씨는 최근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초등학교 조기입학제의 ‘허실’을 본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성격이 쾌활하고 명랑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했던 딸이 3월 25일 울면서 집에 돌아와 “더 이상 학교에 가기 싫다”며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결과 담임교사가 이날 반 아이들에게 1학년 교과서를 나눠주면서 자신만 제외시키는 바람에 친구들로부터 심하게 놀림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사흘 뒤 교장(58)을 찾아갔더니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으니 내년에 다시 학교를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딸이 같은 반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 방과 후에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노는 모습을 자주 본 정 씨가 반박하자 교장은 “조기 입학생이라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담임교사에게 교과서를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교장은 이어 “교과서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드는 것인데 아이가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면 교과서를 회수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1일 정 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 측이 ‘교우관계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딸의 입학허가를 취소한 것. 정 씨는 “학교가 이런 식으로 조기 입학생을 대하면 어느 학부모가 자녀를 조기 입학시키겠느냐”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기자에게 “3월 말까지 조기입학생의 입학 적격 여부를 최종 결정하라는 관할 교육청의 지침을 따르다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학생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학부모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997년부터 만 5세 이상 아동의 조기입학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질 경우 등에 한해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입학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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