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서울대공원 고라니 사육장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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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한효동 사육사가 고라니에게 배춧잎을 먹이고 있다. 과천=권주훈 기자
12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한효동 사육사가 고라니에게 배춧잎을 먹이고 있다. 과천=권주훈 기자
12일 오후 4시경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고라니 인공 포육·순치(馴致·길들이기)장. 녹색 철조망 앞으로 사람이 다가서자 고라니 두세 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뜬 채 경계했다. 특히 59번 번호표를 달고 있는 고라니는 철조망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불안해했다.

대공원의 한효동(韓孝東·50) 사육사가 서둘러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고라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때 59번 고라니가 철조망으로 돌진해 부딪혔다. 고라니의 목 부위가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낯선 기자 때문이었을까.

사육사는 “고라니는 천성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는 동물입니다. 흥분이 가라앉으려면 한 시간은 지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육사들은 야생 고라니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친해질 수 있도록 먹이를 주는 등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10여 평의 공간에서 생후 1년 정도의 고라니 11마리가 훈련받고 있다. 이들은 5월 중순 서울 성동구 뚝섬의 서울숲 생태공간에 방사된다. 생태공간 위로 지나는 구름다리에서 시민들은 고라니들을 지켜보며 교감을 나눌 수 있다.

1000여 마리에 가까운 사슴이 사람과 한데 어울리는 일본 나라(奈良) 시의 나라공원처럼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동물들의 적응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사슴은 사람과 금방 친숙해지는 반면 고라니는 길들이기가 어려운 동물이다. 11마리 가운데 절반 정도는 태어날 때부터 사육사가 젖을 먹여 키워 성격이 순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아 아직도 야성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관람객의 짓궂은 고함소리에 새끼 고라니가 놀라 펄쩍 뛰면서 벽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죽었다. 올해 1월에도 불상사가 있었다.

이후 철조망에 높이 80cm의 긴 널빤지를 달아맸다. 혹시 놀라 펄쩍 뛰다가 철조망에 부딪혀 다리, 목 등에 생길 수 있는 상처를 막기 위해서다. 또 관람객의 접근을 막기 위해 출입금지용 ‘줄’도 쳤다.

지금도 4마리의 고라니는 오른쪽 뒷다리가 철조망에 끼여 생긴 상처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두 마리는 철조망에 부딪혀 코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거나 목 주위가 넓게 털이 뽑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한 시간이 지나자, 진정이 됐는지 59번 고라니가 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놓인 기자가 “이젠 괜찮네”하고 소리를 쳤다. 다른 고라니가 움찔하는 것 같았다.

생태연구팀의 어경연(魚京演·42) 팀장이 손사래를 쳤다.

“갑자기 발을 구르거나 소리치면 안 됩니다. 고라니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고라니에게 접근하려면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보다 낮도록 몸을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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