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부고속철도공사 미룰 순 없다

  • 입력 2005년 1월 3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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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터널공사가 늦어져 국가적 손실이 누적(累積)되는 상황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자꾸 지연되면 국가재정의 손실이 늘어나고 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천성산 터널공사는 지율 스님이 단식을 벌이고 환경단체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바람에 9개월가량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 말 재개됐다. 그런데 지율 스님이 다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斷食)을 벌이고 있다. 96일째 단식 중이라는 스님의 건강이 염려된다. 그 뜻을 세상에 충분히 알린 만큼 이제라도 단식을 그치기 바란다.

천성산에 터널을 뚫더라도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멸종 위기에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 환경부와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고법은 환경단체들이 낸 소송에서 “터널공사가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하는 고산 늪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환경부는 서식지가 수십 곳에서 발견되고 개체 수가 많다는 이유로 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하지 않았다. 천성산 터널을 뚫지 않으면 오히려 지표면 손상이 늘어나 환경파괴가 더 심해지고 노선이 길어져 운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대형 국책사업은 공사 시작 전 환경평가단계에서 문제점을 제기해 충분히 조사활동을 벌이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다. 10년 넘게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진행된 공사를 갑자기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1991년 방조제 공사가 시작돼 수조 원이 투입된 새만금간척사업도 비슷한 사례다.

현 정부 들어 대형 국책사업이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끌려 다니며 표류하는 일이 잦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벌이는 운동이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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