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검찰 시무식…배경음악도 '희망의 나라로'

  • 입력 2005년 1월 3일 16시 13분


올해 검찰 시무식 광경은 종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무식이 열린 3일 오후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는 참석자들이 줄도 없이 아무렇게나 서서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검사장은 단상에 따로 줄을 서고, 부장검사와 평검사, 일반직원 등이 사열하듯 서열별로 도열해 검찰총장을 기다리는 모습은 사라진 것.

배경음악으로 가곡 '희망의 나라로'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오후 1시 20분 입장한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사람들의 한가운데로 들어서서는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부터 악수를 청했다.

이윽고 단상에 오른 송 총장은 짧은 인사말을 하고는 다시 내려와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눈 뒤 퇴장했다. 이 때도 '희망의 나라로'가 배경에 깔렸다.

어떻게 보면 무질서하게 보이는 이 모습에 '권위의 상징인 검찰이 기존 이미지를 깨려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같은 모습은 송 총장이 "신년회가 너무 딱딱하다. 서로 대등한 관계 속의 조직원이라는 데서부터 권위주의가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1일 당부하면서 연유했다고 한다.

문성우(文晟祐)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거창하게 무엇을 다짐하기보다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총장의 의견에 따라 행사 이름도 '시무식'이나 '신년다짐회'가 아닌 '신년교례회'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10시반경 "단체로 다니면서 신년 인사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구내방송을 내보냈다. 이종백(李鍾伯) 검사장이 "업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인데다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지시했다는 것.

한편 송 총장은 이날 오전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가 경제가 어렵더라도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경제와 수사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수사 필요성이 더 큰지를 항상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송 총장은 또 "올해는 검찰에 있어서 과학 수사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이 역점을 둘 주요 과학수사 분야"라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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