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고(故) 서승목(徐承穆·56) 교장의 동생인 인하대 서승직(徐承稷·54·공대 건축학부) 교수가 형의 사망 100일(12일)을 맞아 11일 전교조 본부와 전국의 16개 지부에 ‘인터넷 편지’를 보냈다.
서 교장은 보성초교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茶) 심부름을 시키는 등 교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전교조로부터 받으면서 갈등하다 4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 교수는 ‘서승목 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란 제목의 A4용지 3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형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교육자가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사건은 작게는 한 가정이 몰락한 억울한 사건이요, 크게는 ‘참 교육의 탈을 쓴 자들’에 의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교장의 교권 유린 행위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 교수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전교조가 사건 후 보여준,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한 시위와 책임 전가 등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태도는 더욱 중요하지요. 사건 이후 관련자들의 행동은 진정한 교육자의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결코 어린 학생들의 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27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교육자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동료적인 입장에서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기자에게 중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보여주며 전교조 회원들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이 편지는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월 8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거주하는 홍모씨가 보낸 것.
홍씨는 “20년 전 전교조 출범에 관여한 사람으로 새삼 죄책감을 느낀다. 전교조를 처음 시작할 때 저와 친구들은 우리의 교육이 독재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후 전교조는 시중의 수많은 노동조합과 같은 성격의 노동운동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편지 말미에서 “다시는 형님 같은 불행하고 억울한 교육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처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법당국이 철저히 수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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