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교장 자살 100일… 동생 서승직교수 인터넷편지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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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서승직 교수가 11일 ‘서승목 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라는 제목의 인터넷 편지를 전교조 본부와 전국 16개 지부에 보내고 있다.-인천=차준호기자
인하대 서승직 교수가 11일 ‘서승목 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라는 제목의 인터넷 편지를 전교조 본부와 전국 16개 지부에 보내고 있다.-인천=차준호기자
“교육은 진실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역사의 진실 앞에 양심의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것만이 그래도 교사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고(故) 서승목(徐承穆·56) 교장의 동생인 인하대 서승직(徐承稷·54·공대 건축학부) 교수가 형의 사망 100일(12일)을 맞아 11일 전교조 본부와 전국의 16개 지부에 ‘인터넷 편지’를 보냈다.

서 교장은 보성초교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茶) 심부름을 시키는 등 교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전교조로부터 받으면서 갈등하다 4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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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서승목 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란 제목의 A4용지 3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형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교육자가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사건은 작게는 한 가정이 몰락한 억울한 사건이요, 크게는 ‘참 교육의 탈을 쓴 자들’에 의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교장의 교권 유린 행위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 교수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전교조가 사건 후 보여준,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한 시위와 책임 전가 등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태도는 더욱 중요하지요. 사건 이후 관련자들의 행동은 진정한 교육자의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결코 어린 학생들의 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27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교육자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동료적인 입장에서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기자에게 중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보여주며 전교조 회원들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이 편지는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월 8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거주하는 홍모씨가 보낸 것.

홍씨는 “20년 전 전교조 출범에 관여한 사람으로 새삼 죄책감을 느낀다. 전교조를 처음 시작할 때 저와 친구들은 우리의 교육이 독재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후 전교조는 시중의 수많은 노동조합과 같은 성격의 노동운동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편지 말미에서 “다시는 형님 같은 불행하고 억울한 교육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처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법당국이 철저히 수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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