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올가이드]논술-면접 채점교수 조언

  • 입력 2002년 12월 2일 17시 37분


염재호 교수
염재호 교수
▼논술▼

#문제 재구성-해결능력 보여줘야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훈련도 많이 받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논술시험은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닐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단순히 작문시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논술은 문장구조와 문법, 표현력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를 확인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수험생의 논술을 채점해 보면 대부분의 답안이 정형화돼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평소 사회현상이나 일상생활 속의 문제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배운 틀에 맞춰 제한된 생각을 엮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2002학년도 정시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답안은 논리적 설득력과 사고의 참신성을 보여준 글들이다. 예시문인 ‘패스트푸드점’으로 상징되는 근대적 합리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인터넷 채팅에서 나타나는 편리성이나 문제점과 연결시킨 답안은 좋은 점수를 얻었다. 또 간소화, 정형화한 대중 예식장을 예로 들어 본질적 가치와 수단적 가치가 뒤바뀌는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즉, 패스트푸드점의 내용만을 갖고서 부정적 측면을 설명한 평이한 답안보다는 다른 사회현상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논술의 핵심은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단순하게 재정리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창조적인 생각과 연결시켜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는 것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해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문제들을 나름대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은 논술을 통해 수험생이 제한된 지식으로 문제를 재구성하고 자기 나름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는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논술을 잘 보려면 원고지 작성 요령이나 문장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문제들을 자신의 사고의 얼개 속에서 체계적으로 엮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미래 사회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질에 의해 능력이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염재호(고려대교수·행정학)

오성삼 교수

▼면접▼

#설득게임…예의바르게 주장 펴야

“대학에서 면접시험을 보는 목적이 뭡니까?” “어떻게 하면 면접시험을 잘 볼 수 있나요?”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입시철이면 이런 질문을 귀가 아프게 받는다. 면접을 하다 보면 아직도 많은 수험생들이 대학의 출제 의도와 채점에 반영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활을 쏘는 사람이 어디에 표적이 있는지를 모른 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에만 신경 쓰는 꼴이다. 한마디로 대학에서의 면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측정해 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보완 시험인 것이다.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면접에서 제시되는 질문에 대해 정답을 찾으려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한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자녀에게 학부모들은 “대답을 했느냐, 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수험생이 대답을 했는가의 문제 보다 ‘어떻게’ 대답을 했는가의 문제이다. 대입 면접에서의 질문 내용들은 처음부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쪽 입장을 지지해도 정답이 될 수 있는 문제를 받아들고 정답 찾기로 주어진 시간을 다 보내버리는 수험생들을 대하면 학교교육과 학원교육을 통해 양산된 수많은 ‘붕어빵’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면접시험에서 교수들이 청정지역의 산소를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경험할 때도 있다. 평소 다양한 주제의 독서와 토론식 교육을 경험한 수험생을 면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면접은 한마디로 수험생과 면접자간의 설득 게임이다.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설득 당할 것인가”의 싸움에서 슬기로운 자세는 면접 교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다.

교수의 입장에서는 인터넷 채팅으로 길들여진 청소년의 대화법을 접하는 순간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완전한 문장 형태의 표현 대신 말끝을 생략해 버리거나 ‘황당한’ 언어의 표현으로는 결코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면접 교수들을 대하는 날은 단정한 차림, 예의 바른 자세, 밝은 표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성삼(건국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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