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능 실업계 신설 추진배경과 내용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5시 58분


22일 열린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고사 위기에 처한 실업계 고교에서 수능시험에 실업계열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실업계 고교는 전체 고교의 39.9%에 해당하는 780개교가 있고 재학생만 68만5227명이나 돼 전체 학생의 33.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러나 실업계 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42%이며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2.7%에 그치고 있다. 취업률도 지난 해 57.7%에서 올해 54.4%로 낮아졌고 학생 모집이 어려워 상당수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실업계 고교들은 현재의 위기가 산업 수요의 변화 뿐 아니라 현행 수능시험에서 실업계열 과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계 고교 출신들은 수능시험에서 자신이 배운 교육과정과 다른 인문계나 자연계 과목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수능에 실업고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과목을 반영할 수 있도록 5개 개편시안 가운데 교육과정과 무관한 5안 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시안에 실업계 영역을 신설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1안의 경우 일반계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 대응하는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 공통과목인 과학 사회는 동일하게 치르되 선택과목은 농업, 공업, 상업, 수산·해운, 가사·실업 등 5개 중에서 1개를 택하도록 했다.

동일 영역을 보통시험과 심화시험으로 나눈 교과영역별 단일 선택시험안(1안) 에서도 사회영역이나 과학영역과 별도로 직업영역 을 도입해 농업 등 5개 심화시험과목 중 1개 과목을 고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육청과 실업계 고교는 “현재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실업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므로 도입돼야 한다” 며 “실업계열 신설 뿐 아니라 실업계 고교 학생들이 동일 계열 학과에 지원할 경우 3∼5% 범위 내에서 정원 외 모집이나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수능에 실업계열이 신설되면 실업계 고교도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준비 교육에 치중해 직업교육을 소홀히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반영여부가 주목된다.

실제로 수능 개편안 연구가 한창 진행중일 때 실업계 고교 관계자들이 실업계열 신설을 강하게 요구해 뒤늦게 개편안에 포함됐지만 교육부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조웅(趙雄·동구여상 교장)전국상업계고등학교장회 회장은 “실업계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교육과정을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 특혜를 달라는 뜻은 아니다” 며 “실업계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치부하면 실업교육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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