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현장 스케치]상대후보 前科사실 공격 호재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총선 후보들의 전과사실이 공개되자 7일 일부 지역에서는 전과사실을 공격의 호재로 삼았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거론을 자제하는 등 다양한 양상.

▼이승만씨 양아들부부 찬조연설▼

○…7일 오후 서울 자양동사거리 광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성동을 유준상(柳晙相)후보 정당연설회에는 이승만(李承晩)전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李仁秀)씨 부부가 찬조연사로 나서 눈길. 이씨와 부인 조은자(曺恩子)씨는 연설에서 민주당의 추미애(秋美愛)후보를 겨냥해 “현정권은 제주 4·3폭동을 미화하고 있고 이 지역 여당 후보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면서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관이 바르고 경제전문가인 유후보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경제정책 잘못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도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안정의석을 확보해야 정부 여당의 독선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

▼병역법 전과후보 집중공격▼

○…6명의 후보 중 한나라당 김호일(金浩一)후보와 민주당 박재혁(朴在赫)후보 등 2명의 전과가 공개된 경남 마산 합포에서는 학생운동 관련 전과가 있는 박후보와 달리 병역법 관련 전과가 있는 김후보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형세.

민국당 이재희(李再熙)후보측은 한나라당 강세인 지역정서를 감안, 일단 TV와 시민단체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예정. 무소속 한석태(韓錫泰)후보는 7일 유세에서부터 김후보에 대해 ‘마산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공격.

한편 김후보측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 판세에 영향이 없고 오히려 공개적인 해명의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라고 장담.

▼"前科후보 공격 모양 좋지 않다" 자제▼

○…전북 군산에 출마한 3명의 후보는 전과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전과가 있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자제한 채 차분하게 개인 유세를 진행.

민주당 강현욱(姜賢旭)후보는 “상대 후보의 전과를 들춰내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지역 발전에 대해 주로 언급하면서 거리 유세. 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시국사범인 무소속 함운경(咸雲炅)후보는 “민주화를 앞당긴 자랑스러운 ‘전력’이지만,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

○…충남 공주-연기의 민주당 임재길(林栽吉)후보 선거법 위반 전력이 공개된 데 대해 자민련 정진석(鄭鎭碩)후보 등 다른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언론보도를 통해서 전과나 기타 결격사유를 충분히 알고 있어 굳이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는 않겠다”고 거론을 자제.

▼슬라이드-비디오 동원 아파트 유세▼

○…경기 수원 팔달의 민주당 전수신(全秀信)후보는 영사기를 이용해 아파트나 건물벽에 슬라이드 사진과 비디오 화면을 내보내고 있는데 “음향 없이 화면만 나오는 것이어서 주민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밤 늦은 시간까지 후보를 알릴 수 있다”고 설명.

서울 영등포갑의 민국당 권기균(權奇鈞)후보측은 유세차에 형광등을 이용한 간판을 설치해 야간에 조명을 밝힌 채 지역을 순회, 눈길을 끄는 홍보전을 구사.

▼후보부인-선거운동원 간통 피소▼

○…인천 부평에서는 한 후보의 부인과 핵심 선거운동원이 6일 간통 혐의로 피소돼 화제. 피소된 선거운동원은 후보 진영에서 10여년 간 일하며 후보 부인과 내연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게 선거운동원 부인의 주장. 이에 대해 후보측은 “간통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선거 종반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반박.

○…광주 남구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상대방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치열한 난타전 양상. 민주당 임복진(林福鎭)후보는 7일 “무소속 강운태(姜雲太)후보가 아파트 경비실 안내방송을 통해 지지를 부탁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며 강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

강후보도 7일 “임후보측에서 내가 병역비리를 감추기 위해 2개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

○…한나라당 광주시 선거대책위원회는 7일 “광주 서구 합동연설회에서 마이크 성능을 떨어뜨리는 교묘한 방법으로 한나라당 심안섭(沈安燮)후보의 연설을 방해했다”며 선관위에 진상을 밝혀줄 것을 촉구.

선대위는 “첫 연사로 나선 민주당 정동채(鄭東采)후보의 연설은 고성능 확성기가 기능을 다했으나 심후보가 연설할 때는 공약을 발표하는 핵심대목에서 마이크 소리가 약화됐다”고 주장. 그러나 광주시 선관위는 “심후보가 마이크 사용 요령을 숙지하지 못해 소리가 작게 났으며 고의로 약화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

<부산·마산·광주〓권기태·이승재·박원철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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