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대신 주식으로"…벤처기업에 거래대가로 요구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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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주식으로 주세요.’

최근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벤처기업에 건물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거래의 대가로 돈 대신 주식을 요구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요즘엔 코스닥 등록 전 장외시장에서부터 첨단 정보업체들의 주식을 사기 위해 펀드매니저 창업투자회사 일반투자자들이 혈안이다보니 장래성이 있다고 알려진 벤처기업들의 주식을 너도나도 한주 얻으려는 분위기. 기업입장에서는 고정비를 줄이면서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다’며 반기고 있다.

벤처업체가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벤처밸리’에서는 건물 임대료를 주식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의 한 빌딩에 30평 사무실을 임대해 입주한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업체 A사의 사장 김모씨는 최근 건물주가 평당 200만원 하던 임대료를 250만원으로 올리면서 인상분을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으로 요구하자 흔쾌히 승낙했다.

김씨는 “요즘 벤처업체들이 이 일대로 모여들면서 임대료가 올라 고민했는데 일부 건물주들이 주식으로 임대료를 낼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서로가 좋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 학생들에게 대학 실험실을 벤처사무실로 쓰게 하면서 장비임대료를 스톡옵션으로 받는가 하면 원고료를 주식으로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이달 말 영업을 개시하는 인터넷 금융정보 포털업체 B사는 금융정보를 고정적으로 기고할 펀드매니저 교수 조사분석가들에게 원고료를 주식(액면가)으로 주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고자들이 업종의 성장성이 높다며 너도나도 주식을 요구해 회사입장에서는 소액 주주들이 너무 많이 생길 것을 우려, 처음엔 거절했었다”며 “그런데 하도 조르는 바람에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광고모델의 경우 벤처업체의 광고에 출연하면서 모델료를 주식으로 받고 최근엔 벤처기업의 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일부 케이블TV 방송국과 PR대행사들까지 광고료와 대행수수료를 주식으로 받는 사례도 등장했다.

또 작년 4월부터 중소기업청이 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인력이 코스닥 미등록 기업으로부터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최근 변호사나 회계사들도 수임료나 수수료를 주식으로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벤처기업 기술분석을 전담하는 (주)한국기술분석 김경남전무는 “이같은 추세에 따라 당장 돈이 없는 벤처기업들이 우수한 기술개발과 경영인력의 도움을 쉽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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