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회장 영장/혼선전말과 파장]결국 검찰 뜻대로

  • 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수사팀과 수뇌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과 진통이 이어졌다.

결론은 구속영장 청구. 수사팀의 의견이 관철된 것이다.

일선 검사들은 “수사검사들의 의지가 정치권의 외압을 물리쳤다”며 “올해 초 항명파동과 검사 집단서명을 거치면서 시작된 검찰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8일 오후 9시 이전. 수사사령탑인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과 임양운(林梁云)3차장, 이훈규(李勳圭)특수1부장이 지검장실에서 2시간째 문을 걸어 잠그고 뭔가를 의논했다.

오후 9시 저녁식사를 한다며 검사장실을 나온 이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임차장과 이부장은 기자실에 잠깐 들러 “할말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청사를 떠났다.

이같은 상황은 의외였다. 이미 3시간전에 대검에서 검찰간부 회의를 거쳐 수사팀의 뜻을 존중하자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검찰간부들은 임검사장과 이부장을 상대로 ‘일문일답’까지 해가며 수사상황을 파악한 뒤 만장일치로 구속 의견을 모았다. 서울지검도 이 소식을 전해듣고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서 분위기가 돌변했고 어렵게 전화통화가 이뤄진 검찰 간부들은 “이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9일 오전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울지검장은 10시 무렵 “우리 경제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훅 바람을 불면 날아간다”며 “이회장을 귀가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검에서도 “이회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 시대를 이끌어갈 인물이다”는 동정론이 흘러나왔다. 일부 언론은 즉각 ‘이회장 귀가조치 방침’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더 큰 진통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검사들은 “권력에 밀리고 재벌에까지 밀리면 검찰이 설 땅은 어디 있느냐”며 강력히 반발했고 일부 검사는 “상부의 뜻과 상관없이 구속영장을 넣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과 서울지검 중견 검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몇몇 대검 간부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 30분. 임차장과 이부장이 기자실로 내려와 이회장 구속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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