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사건 수사발표]드러난 「檢-辯 커넥션」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57분


검찰이 1일 대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 20여일동안 법조계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변호사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날 수사결과 발표의 핵심은 판검사의 ‘사건소개’와 ‘떡값 수수’부분.

이변호사의 수임장부를 통해 사건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밝혀진 검사는 모두 28명.

이들은 대부분 친인척과 고향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이변호사를 소개시켜 줬으나 소개비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제갈융우(諸葛隆佑)춘천지검장은 93년 대전지검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지검에서 수사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사건을 이변호사에게 소개해 직무관련성이 인정됐다.

수사결과 발표로 그동안 소개인으로 거론됐던 전직 장관과 검사장 및 부장검사가 ‘누명’을 벗기도 했다.

김종구(金鍾求)전법무부장관은 사건의뢰인이 일방적으로 김전장관의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광일(朱光逸)전서울고검장은 서해페리호 침몰사건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이변호사에게 국가측의 변호업무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밝혀져 개인적 사건소개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또 김주덕(金周德)변호사는 대전지검 부장시절 사기사건 소개와 관련해 이름이 거명됐으나 이변호사가 소개경위를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해 혐의를 벗었다.

사건을 소개시켜준 판사 6명에 대해서는 사건의뢰인과 이변호사의 진술만으로는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대법원에 조사자료를 넘겨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떡값 전별금 등의 금품수수와 관련해 검사 25명과 판사 5명이 적발됐다. 검찰은 이중 금품수수액이 1백만원 이상인 검사 1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K변호사는 검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의정부지원 판사출신의 이순호(李順浩)변호사 사건때 판사들이 집중적으로 걸렸던 것과 같이 검찰출신 이변호사가 검찰에 집중로비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계자는 “이변호사가 앞으로 자신이 재판받을 일과 출소후 변호사로 다시 활동할 때를 생각해 판사들의 이름은 제대로 진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국(崔炳國)전주지검장은 93년부터 1년간 대전고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4차례에 걸쳐 5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사표를 냈다.

법무부 윤동민(尹東旻)보호국장은 95년부터 대전고검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5차례에 걸쳐 6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문재(李文載)대전지검차장은 97년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발생 이후인 98년 2차례에 걸쳐 휴가비와 떡값 명목으로 2백만원을 받았다. 그러난 검찰은 이변호사와 이차장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6기)로서 순수한 정을 주고받은 것으로 판단해 사표를 받는 것으로 그쳤다.

일반 검사로서 가장 많은 떡값을 받은 사람은 정교순검사. 정검사는 2년4개월간 대전지검에 근무하면서 떡값과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4백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이변호사와 지연이나 학연 등의 인연이 없고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는 점. 이변호사의 고교 동문인 부장검사가 한 명 있지만 그의 혐의는 이변호사의 진술이 아니라 계좌추적을 통해 드러났다.

한 중견검사는 “이변호사가 자신과 친한 사람은 빼놓고 별로 관계가 없는 검사들에게만 전별금이나 떡값을 줬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이변호사가 유감이 있는 사람만을 ‘선별’해서 진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표를 내거나 징계에 넘겨진 검사장 3명의 ‘출신지역’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PK(부산 경남)와 TK(대구 경북)출신. 검찰은 “과거 정권하에서 지방근무 차례가 되면 서울과 가까운 대전지검 자리에 정권실세 지역 출신들이 많이 갔기 때문에 생긴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역감정’과 관련된 미묘한 반응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수형·서정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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