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잠수정의 유류품은 잠수정이 또 다른 임무를 띠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집단자살을 둘러싼 의문점에 실마리를 던지고 있다.
군은 1차조사를 마친 뒤 이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한 2차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발견지점▼
이 잠수정을 정밀조사하고 있는 안기부 군 경찰 등의 합동신문조는 이 잠수정이 공작원을 남한지역에 침투시켰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하지만 잠수정은 속초 동쪽 20㎞ 해상에서 오후 4시33분경 발견됐다. 대공전문가들은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은 주로 자정경 공작원들을 침투시키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잠수정이 발견지점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잠수정이 침투목적에서 대기했든 임무를 마쳤든 간에 이 시간대에 훨씬 먼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잠수정은 동해안에 공작원을 내려준 뒤 다시 공작원을 데려가기 위해 이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승조원들이 여러차례 남파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어서 발각될 것을 염려하지 않고 발견장소에서 깊이 잠수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리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잠수정에서 발견된 남한산 음료수 페트병이 전혀 수출된 적이 없는 국내 유통용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추론을 가능케한다.
▼남은 식량▼
잠수정에는 통조림 9개, 카스텔라 한 포대, 누룽지튀김 2포대, 쌀과자 한 포대, 마른 오징어 40마리 등 단기간의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과다할 정도의 식량이 발견됐다. 승조원은 이 중 통조림 2개만을 먹은 상태였다.
잠수정의 출항시간은 20일로 추정되고 있어 승조원들이 며칠 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잠수정은 일단 속초주변 해안에 침투임무를 마친 뒤 또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잠수정이 또 다른 임무를 지녔는지는 유류품으로만으로는 추정하기 힘들어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
▼자살시점▼
잠수정 승조원은 비상 산소봉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산소봉투는 산소가 부족할 경우 봉투 안에 든 산소알약을 깨뜨려 산소를 발생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승조원들은 잠수정 안에 필요한 산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잠수정 내 산소 사용시간은 15시간 안팎이어서 승조원들은 22일 오후4시33분 발각된 뒤 23일 오전중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군은 이들의 시체를 27일 부검해 정확한 사망시간을 밝힐 계획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