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침수 심층진단]총체적 안전 불감증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45분


《70㎜ 비에도 속수무책으로 침수당한 서울지하철 7호선. 시민들은 본격적인 우기(雨期)가 되면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땅을 파서 공사하는 지하철 건설현장, 높이 쌓아놓은 공사장 흙더미, 낡은 축대 위에 있는 건축물. 서울시내엔 이처럼 집중호우에 취약한 위험시설이 적지 않다. 최고 1천억원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7호선 침수사고의 문제점을 심층점검하고 올 여름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살펴본다. 》

▼ 7호선 사고원인 ▼

이번 사고는 주먹구구식 공사관리, 부실 시공, 허술한 감리, 형식적 안전점검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우선 서울시 책임. 중랑천 강폭은 평균 1백20m이지만 침수사고가 일어난 월릉교 주변에 이르면 30∼40m로 갑자기 좁아진다.

현대건설의 지하철 6―12공구, LG건설의 6―10공구와 북부도시고속도로 공사가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임시제방과 교각이 들어서 있기 때문.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막으면 유속이 매우 빨라지고 수위가 갑자기 높아진다.

서울시와 지하철건설본부, 중랑천을 관할하는 노원구청은 이런 ‘자연현상’을 무시한 채 공사를 발주하고 하천점용 및 임시제방 설치를 허가했다. 화근을 제공한 셈이다.

6―12공구의 임시제방은 시트파일(강철판)을 박아서 만든 시설. 현대건설은 공사편의를 위해 시트파일을 1.39∼2.74m 잘라냈는데 월릉교 부근에서 범람한 빗물은 이 부분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감리를 맡은 우대기술단은 시트파일 절단사실을 지난달 발견하고도 시정 요구를 몇차례 하는데 그쳤다. 규정상으론 공사 중지 또는 폐쇄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 공사장 안전실태 ▼

서울시내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공사는 6호선 12개 공구, 7호선 10개 공구, 8호선 1개공구 등 모두 23개 공구(61.5㎞구간).

이 중 31㎞가 땅을 파고 복공판을 씌운 ‘개착구간’으로 침수 또는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특히 전동차가 운행 중인 구간을 지나는 10개 공구의 15개 역사는 7호선과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시는 이번 7호선 침수사고가 공사장 난립과 유수면적 부족때문에 일어난 점을 감안, 강변에 토사와 자재를 쌓아두는 것을 금지시키고 물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만들어 놓은 공사용 임시제방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진영·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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