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과 대화’ 협의체 제안에 美 공감… 외교-통일부는 ‘주도권 다툼’

  • 동아일보

한미 고위급 협의체 이르면 16일 출범
협의체 통해 북미간 접점 만들고, 남북관계 개선 방안 조율 목표
정동영 “통일부, 남북관계 협의 주체”… 외교부 “한미 외교 당국간 공감대”
법제처장, 유엔사에 ‘DMZ 출입’ 질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오찬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오찬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정부가 내년을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가운데 한미가 이르면 16일경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정례 협의체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월 29일 정상회담과 관세·안보 조인트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열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한 공조를 이어 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대북 제재 등을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정부 내 불협화음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도 공감했는데 협의 주체 놓고 외교부-통일부 엇박자

정부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16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관 김 대사대리는 이 자리에서 대북 정책 협의체 출범을 목표로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정례 협의체를 통해 북-미 간의 접점을 만들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조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에는 대북 정책, 한반도 문제, 그리고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측도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정례 협의체 추진과 한반도 정책 공조에 “좋은 제안”이라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피스메이커(peacemaker)인 미국과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인 한국의 보폭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의체는 북한과의 대화(North Korea Dialogue)를 염두에 두되 전반적인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며 “정례화라고 했지만 수시로 만날 수도 있고, 최소한 한 달에 한두 번은 협의하자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정동영 “비핵화 강조할수록 한반도 논의 멀어져”

다만 협의체 출범에 앞서 미국과의 대북 소통 주도권을 둘러싸고 정부 내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라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가 미 국무부와 정례적 대북 공조 협의체를 추진하는 데 대해 “통일부가 미국 당국과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필요시 그때그때 공조해 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양국 외교 당국 간에 이러한 소통을 좀 더 체계적이고, 정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정 장관은 간담회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전작권 강화를 위해 연합훈련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순 없다”며 한미 연합훈련 조정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또 “한반도 논의는 비핵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목표에서 멀어지는 딜레마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의 승인 없이 비무장지대(DMZ)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을 둘러싸고, 조원철 법제처장이 8일 유엔사 핵심 인사를 비공개 면담해 정전협정과 유엔사 DMZ 출입 승인 권한을 집중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은 DMZ를 포함한 정전 관리 지역에 대한 민간 및 군사적 접근을 모두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틀”이라며 “이 틀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3일 국가안보실 김현종 1차장이 유엔사로부터 DMZ 출입을 불허당한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해야 할 공간에조차 출입을 제약받는 현실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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