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녹취록 나왔다…“홍철호 수사때 법무부·대검이 난리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3일 21시 57분


‘쿠팡 봐주기 의혹’ 엄희준 당시 지청장
자신을 수사의뢰한 문지석 검사와 대화
尹정부 정무수석 수사때 ‘외압’ 거론해
“박성재 장관이 지청장 잘못 보냈다고 해”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2025.10.23 뉴스1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2025.10.23 뉴스1
검찰이 윤석열 정부 시절 홍철호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법무부 등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는 최근 검찰의 쿠팡 봐주기 수사 의혹을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한 문지석 부장검사와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사이의 대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대화에는 “그때 법무부, 대검에서 얼마나 난리 치는지” “승진 안 되겠구나” “법무부 장관이 길길이 날뛰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제공한 약 28분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엄 전 지청장은 지난 5월 29일 ‘쿠팡 무혐의 사건’으로 자신을 수사 의뢰한 문 부장검사를 청장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문 부장검사는 “17~18년 동안 수사하면서 사건 처리 과정이 이렇게 이상해 본 적은 없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던 중 엄 전 지청장은 “사건 처리 과정을 왜곡하기 위해 증거를 누락한 적이 없다”며 문 부장검사가 홍 전 수석을 겨냥해 수사한 ‘굽네치킨’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엄 전 지청장은 “막말로 그런 사건 (수사)하면 내가 검사장 승진 안 될 것이라는 거 알고 차장도 다음에 좋은 보직을 못 갈 거라는 걸 알고”라며 “나는 검사장 승진을 놓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어 “내가 그 민정(정무)수석 사건까지 다 하고 그때 법무부, 대검에서 얼마나 난리치는지 다 알지 않느냐, 그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 보냈다고 검찰 국장한테 싸우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홍 전 수석 관련 수사에 대해 압박했지만 자신이 이를 막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 부장검사는 지난해 부천지청 형사3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홍 전 수석의 지인이 2023년 총선을 앞두고 한 모임에서 굽네치킨 상품권을 기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했다. 홍 전 수석은 굽네치킨 창업자다. 엄 전 지청장은 문 부장검사에게 “내가 그때 이번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 안 되겠구나. 그 수사 시작하고 압수수색하고 내가 사흘 만에 그 얘기를 들었다”며 “3부장한테 다 밀어줬는데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법무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했다고 길길이 날뛰는 걸 내가 전달도 안 했다”고도 했다.

앞서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월 쿠팡이 2023년 퇴직금 지급 규칙을 변경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혐의로 부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부천지청은 기소하지 않았다. 문 부장검사는 이달 15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쿠팡 사건에 대해 엄 전 지청장 등 지휘부가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 전 지청장은 “쿠팡 사건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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