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사과’ 당일 밤 ‘개 사과’ 파문… “모든 책임 내가 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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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개에 사과 주는 사진’ 올려… 여야 모두 “국민 조롱” 비판 거세
윤석열 “아내가 개 데려가 직원이 촬영”, TV토론서 거듭 사과… 계정 폐쇄
경쟁주자들 “밑천 드러나 결단하라”… 야권 “윤석열 캠프 총체적 소통 난국”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돌잔치 때 사과를 움켜쥔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위쪽 사진)을 올린 데 
이어 22일 0시 무렵에는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를 
희화화하는 듯한 사진에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돌잔치 때 사과를 움켜쥔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위쪽 사진)을 올린 데 이어 22일 0시 무렵에는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를 희화화하는 듯한 사진에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캡처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힌 지 한나절이 채 안 돼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국민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쏟아내자 윤 전 총장은 “내가 기획자이고, 내가 책임지겠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대장동 의혹’ 공세 타이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개 사과’ 사진에 여야 모두 비판


윤 전 총장은 “호남분들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한 지 이틀 만인 21일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그러나 22일 0시 무렵 윤 전 총장의 인스타그램에는 과일 사과와 관련된 게시물 2건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시작됐다.

윤석열 캠프는 먼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윤 전 총장의 유년 시절 사진과 나무에 끈으로 사과를 달아 놓은 사진을 올렸다. 이어 윤 전 총장의 반려견 ‘토리’ 사진을 주로 올리는 반려동물 인스타그램 계정엔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이 “송구하다”고 하기 전날인 20일 밤에도 사과를 붙잡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돌잔치 사진이 올라왔다.

유감 표명을 과일 사과에 빗대 희화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여야에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적 선거에 이어 개 사과까지 갈 데까지 간 야당 경선”이라며 “이쯤 해서 밑천도 다 들통 났으니 결단하시라”며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석열 캠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고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국민을 개나 고양이에 비유해 사과나 먹고 떨어지라고 조롱한 것으로밖엔 달리 해석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 尹 직접 사과… “캠프 소통 문제” 지적도


비판이 거세지자 윤석열 캠프는 이날 오전 “논란을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 7월부터 운영하던 반려견 인스타그램 계정도 윤 전 총장 지시로 폐쇄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번 윤석열 캠프의 총체적인 소통 난국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 계정은 광고회사 출신 전문가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도 SNS에 올릴 사진을 직접 찍고 문구를 제안하는 등 운영에 상당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내 책임”이라며 또 한번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유승민 전 의원과 격돌한 국민의힘 맞수토론에서 “내가 사과 관련 스토리를 (SNS에) 올리라고 하는 걸 얘기하고 승인했으니 모든 불찰과 책임은 내가 지는 게 맞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들께 (전두환 발언 관련) 사과하고 불과 12시간도 안 돼서 두 번이나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사진을 올릴 수 있느냐”고 비판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이 ‘사과는 개나 주라’고 생각하실 줄 정말 몰랐다”며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 尹 “아내가 반려견 데려가 직원이 사진 찍어”


또 유 전 의원이 “누가 사진을 찍은 거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아내가 반려견을 데리고 집 근처 사무실로 갔고, 사진을 찍은 건 직원”이라며 “나는 그 시간에 대구 토론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게 새벽 1시 반쯤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엔 사진 속 반려견의 동공에 비친 인물들이 윤 전 총장 부부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 여성이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고 있고 그 옆의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는 남성이 윤 전 총장과 비슷하다는 의혹이지만,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은 반려견 인스타그램 전담 실무자”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토론이 끝난 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며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윤 전 총장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죄했으면 된 것”이라며 “그에 대해 당 내부에서까지 공격하는 것은 옳은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본선 진출 시 김 전 위원장에게 캠프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장관석·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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