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협치, 이낙연 대표 정치력에 달려… 여당내부-靑 변화시켜야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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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인터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취임 100일(9월 3일) 소회와 향후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재진과 충분한 거리를 둔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취임 100일(9월 3일) 소회와 향후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재진과 충분한 거리를 둔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기성정치를 불신하는 서울 시민들은 새로운 얼굴에 새 비전을 제시하는 서울시장을 선호할 것이다. 미래통합당 내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뉴페이스들’이 많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31일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후보로 거론되는 전현직 다선급 의원들에 대해선 “본인들이 (후보감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새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낙연 대표의 정치력에 달렸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새로 출범한 여당 지도부와는 협치가 잘될 것 같나.

“이낙연 대표가 당내에서 통용돼 오던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의 변화가 필수적인데, 결국 이 대표의 정치력에 달렸다. 특히 친문의 지지만으로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엔 여권 내부의 세력 관계도 많이 변할 것인데, 이 대표가 어떻게 처신하고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대선후보가 될지도) 달려 있다.”

―개헌론자인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합심하면 분권형 개헌도 가능한 것 아닌가.

“대통령 권한이 집중된 권력구조는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늘 현재 헌법이 좋은 것인데, 과연 어떤 약속을 국민에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유의 단답형 답변을 툭툭 던지던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세를 고쳐 잡고 단호한 표정으로 길게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1958년 자유당, 1978년 공화당, 1985년 민정당의 서울에서의 총선 패배 사례를 거론하면서 “서울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정권이 무너졌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면 대선도 이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후보를 제대로 골라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올 통합당의 후보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현 시점에서 기준이 뭔가.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기성정치가 다 맥을 못 추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졌다. 그런 현상이 지금도 그대로 존속한다. 가급적이면 새로운 얼굴에, 새로운 서울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누군가. 홍정욱 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젊기만 하다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인물만 잘났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의 복잡한 기구를 운영해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통합당 내부에서 새로운 사람이 튀어나와서 해보겠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발언으로 주목받은 윤희숙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인가.

“물론 초선의원 중에서 한 사람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꼭 그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서울시장 후보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나.


“(말을 급하게 자르면서) 2011년엔 민주당이 어물어물하다가 외부인사(박 전 시장)에게 시장 후보를 뺏겼다. 그런 우둔한 짓은 통합당은 절대 안 한다. 통합당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적절하고 유능한 사람을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

―2022년 대선의 기반도 다져야 하는데, 현재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떻게 보나. 최근 접촉한 적은 있나.


“나는 윤 총장을 만나거나 통화한 일은 없다. 다만 윤 총장은 자기 직군에 가장 성실한 사람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에 소신이 확실한 저런 검찰총장은 없었다. 검찰총장으로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보는데, 현 시점에서 (대선 출마 등) 그 다음 문제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이 추진한 통합당의 혁신 100일을 평가해 보면….


“기득권 보호 정당으로 돼 있는 통합당이 시대정신에 맞게 변모하는 노력을 해왔고,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지리라 본다. 특히 당이 호남과 물과 기름처럼 돼 있어서는 집권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앞에서 가장 진솔하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광주 5·18묘역에서) 무릎을 꿇었다. (나치 행적을 무릎 꿇어 사과했던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도 독일 정치인 중 가장 정직하고 술수가 없는 사람이다.”

―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당이 ‘도로 자유한국당’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망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하고 옛날로 회귀하다 실패로 끝났다. 통합당의 모든 사람이 위기의식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또다시 회귀하면) 시대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거듭된 차기 대선후보군 구상에 대한 질문엔 김 위원장은 “내년 보궐선거까지만 (임기를) 약속하고 왔기 때문에 그 다음 얘기는 말할 게 없다. 그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말을 삼갔다. 또 김 위원장보다 두 살 적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선 도전 얘기로 본인의 도전 의향을 떠보자 “난 집착해서 인생을 산 사람이 아니다. 떠날 시점이 언제라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얘기는 안 물어봐도 된다. 바이든은 미국에서나 있는 얘기”라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김준일 기자
#김종인#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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