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해진 대법원 진보벨트… 1명 더 합류땐 ‘전원합의체 과반’

배석준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8-11 03:00수정 2020-08-11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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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판사 대법관 임명제청
우리법-국제인권법-민변 출신 6명… 첨예한 사건에 결정적 영향 미칠듯
李, ‘보도연맹 재심사건’ 등 맡아… 대학동기 조국 “정의감 투철했다”
김명수 “가장 훌륭한 법관중 하나”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권이 압승해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준투표의 부담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의견일치를 본 것 같다.”

10일 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신임 대법관 후보자의 명단을 확인한 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다음 달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61·사법연수원 14기)의 후임으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57·22기)를 임명 제청했다. 다음 달 26일 임기 절반(3년)을 넘기는 김 대법원장은 자신과 가까운 진보 성향의 이 후보자를 통해 대법원의 지형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우리법’ ‘인권법’ ‘민변’ 등 6명의 진보 벨트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이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과 대학 동기다. 진보 성향 문우회인 ‘피데스’에서 조 전 장관과 함께 활동했고,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정의감이 남달리 투철한 동기”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1993년 법관 임관 뒤에도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2010년 5월 우리법연구회가 발간한 ‘우리법연구회논문집’에 이름을 올린 60여 명의 회원 중 한 명이다.

이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면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원 구성원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 노정희(57·19기), 박정화(55·20기) 대법관 등 모두 4명으로 늘어난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는데, 김상환 대법관(54·20기)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선수 대법관(59·17기)은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구성원 14명 중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 출신이 6명에 달한다. 14명 중 11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고, 그 가운데 8명을 김 대법원장이 제청하게 된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에 2명의 대법관을 더 제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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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법원행정처장(64·12기)을 제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원이 13명인데, 과반에 단 1명이 모자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건이 7 대 6의 단 1표 차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갈린다는 점에서 본다면 진보 성향 법관이 1명 추가된 것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재임하던 당시 진보 성향 대법관 5명을 일컫는 ‘독수리 5형제’보다 대법원에 더 강력한 ‘진보 벨트’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후보자, “좌우는 있어도 상하는 없다”
부산 지역 법관으로 지내던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고법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2월 마지막 고법 부장 승진 대상자 중 한 명에 꼽혔다. 지난해 10월 김 대법원장은 이 후보자를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석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법관 중 한 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의 주요 판결 중 하나로 재심 사건을 내세웠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6·25전쟁 때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군사재판을 받고 사형당한 이들의 유족이 낸 재심 청구를 최초로 받아들였다. 경남 마산 지역 보도연맹원 400여 명은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헌병과 경찰에 영장 없이 체포됐다. 이들 가운데 141명은 국방경비법 이적죄가 적용돼 사형이 집행됐다. 재판 없이 사형 당한 보도연맹 유족이 소송을 건 사건이 아니라 재판을 한 후 사형 당한 이들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은 처음이었다.

이 후보자가 2016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장 취임사에서 “좌우는 있어도 상하는 없다”는 책 제목을 언급하면서 “역할과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지위의 상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를 잘 아는 판사들은 “개인적 신념과 별개로 그는 재판과 판결에서 좌우 영향 없이 법관의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라고 말한다. 올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재산은 약 11억7800만 원이다. 그와 부인 김문희 부산지법 서부지원장(55·25기)의 예금이 대부분이고, 무주택자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이흥구#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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