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발언 도중 日 관계자, 한국 기자 철수 요구…외교 결례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9시 41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일본 관계자가 한국 기자단의 철수를 요구해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6분(현지 시간)부터 45분 동안 중국 쓰촨성 청두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수출규제 조치 복원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

이 호텔은 아베 총리의 숙소로 한일 정상회담의 주최 측은 일본이었다. 통상 주최 측 정상의 숙소를 회담 장소로 정하는 외교 관례를 따랐다. 청와대는 두 정상의 일정과 동선을 고려해 아베 총리 숙소로 정상회담 장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 교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상생 번영의 동반자”라며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한 뒤 회담장의 소란에 발언을 잠시 중단했다.

일본 측 관계자가 “기자단은 나가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본 취재진의 생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문 대통령은 순간 당황했다. 배석했던 다른 참모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비롯한 협력을…”이라고 모두 발언을 이어나갔지만, 취재진의 퇴장으로 이후 정확한 문장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 때 일종의 신경전이 발생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가로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발언에 할당된 10분이 초과하자 주최 측이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 앞서 한중일 정상 환영오찬 직후 양자 정상회담을 갖느라 시작 시간이 5분가량 늦어졌다.

한편 지난달 22일 정부의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발표 당시에도 일본은 동시 발표라는 한국과의 합의를 깨고 7분 정도 늦게 발표해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양국 간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서 저희로서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또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의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