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맹자’·리커창에 ‘두보’ 인용…文대통령 ‘고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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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3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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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오후 일본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5.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오후 일본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5.9/뉴스1
중국 정상과 만나면 고사성어나 한시를 인용하며 친근감을 드러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중(對中) 외교가 이번에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맹자(孟子)의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라고 했다”라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절은 맹자의 공손추 하(公孫丑 下)편에 나오는 첫 문구로 하늘이 주는 운은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도 사람 사이의 화합만 못하다는 뜻이다. 맹자가 적에게 포위당한 성을 지키는 3가지 요소로 꼽은 ‘천시’는 외부 환경, ‘지리’는 내부 역량, ‘인화’는 사람을 뜻한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시 주석은 그에 대해 일이 이뤄지는 데는 ‘천시지리인화’가 필요한데 그 조건들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인용한 맹자의 말을 다시금 언급한 것은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시 주석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친근함의 표현이고, 두 번째는 한중 사이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는 관계 정상화의 기대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에서는 두보의 시 구절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의 만남과 대화가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라는 두보의 시처럼 한중 양국의 새로운 관계 발전을 이루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두보’(杜甫)를 언급한 것은 이번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 ‘청두’와 관련이 있다. 이백(李白)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 꼽히는 두보가 한동안 거주했던 ‘두보초당’(杜甫草堂)이 청두에 위치하고 있다.

두보초당은 배우 정우성씨와 중국배우 고원원(高圓圓)이 주연을 맡은 영화 ‘호우시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라는 구절은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에 나오는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인사만 드렸는데 오늘 오랜 친구같은 총리를 다시 뵙고 양국의 공동 번영 방안을 논의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리 총리를 ‘오랜 친구같은 총리’라고 말한 것도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리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라는 글귀를 언급했던 바 있다.

이는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2017년 12월에 이어 세번째 리 총리와의 양자회담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리 총리는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우린 세 차례 만났으니 옆 친구가 됐다”고 화답했다. 이를 이번 회담에서도 ‘오랜 친구’라고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 첫번째 양자회담(2017년 11월)에서 명나라 시대 교재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구절인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를 언급했다.

두번째 양자회담(2017년 12월)에서 문 대통령은 중한 관계를 바둑에 비유해 “‘미생’의 시기를 거쳐서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서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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