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이상 비행,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 ‘글로벌호크 1호기’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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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5시경 경남 사천 공군기지의 활주로. 일반 군용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기체가 굉음을 내면서 어둠을 뚫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조종석도 없고, 동체보다 두 배나 긴 날개를 가진 외양이 흡사 거대한 새를 연상케 했다. 기체는 착륙 직후 지상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격납고로 천천히 들어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을 감시할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1호기가 우리 군에 인도되는 순간이었다. 정부가 2011년 대외군사판매방식(FMS) 방식으로 글로벌호크 4대(약 1조 1000억 원)를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지 8년 만이다.

글로벌호크는 미 본토에서 이륙한 뒤 위성망을 통해 실시간 관제를 받으며 논스톱 비행으로 한국에 안착했다. 동체에 부착된 ‘미 공군(US AIR FORCE)’ 마크가 눈길을 끌었다. 미 공군이 운송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에 인도된 뒤에는 태극 문양과 공군 마크 등이 도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날 글로벌호크의 도착 일정과 장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F-35A 스텔스전투기의 전력화 행사를 비공개로 치른 데 이어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저자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현재로선 글로벌호크의 전력화 행사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호크는 한 차례 32시간 이상 비행하며 최대 20km 고도에서 고성능 감시장비로 야간·악천후에도 지상 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서울시의 10배 면적을 24시간 만에 샅샅이 훑어서 관련 정보를 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첩보위성급 최첨단 무인정찰기가 도입되면서 우리 군의 대북 감시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대북 영상정보의 독자적 수집 분석 역량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의 통신감청이 가능한 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정보는 정찰기의 능력 한계로 평양 이남 지역까지만 수집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작전반경이 30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의 이동식발사대(TEL) 등 도발 징후는 물론이고 한반도 밖까지 들여다보는 게 가능하다.

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호크 4대를 전력화해 24시간 체제로 대북 감시에 투입할 계획이다. 군 당국자는 “우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글로벌호크 도입을 추진한 일본보다 먼저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호크 도입국이 됐다는 의미도 크다”며 “2020년 중반까지 국산 중고도무인기와 정찰위성(5대)까지 실전배치되면 미국의 도움없이도 북한을 더 깊숙하고 촘촘히 들여다볼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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