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서 ‘빅딜’?…대신 스몰딜 모아 빅딜 효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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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4일 1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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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특별대표 “2차 정상회담 이후 협상 더 필요” 언급
단계적 협상 예상…‘탑 다운’ 식이되 ‘원샷 빅딜’ 어려울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관심을 모았던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빅딜’로 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협상은 여러 개의 ‘스몰딜’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5당 대표단은 현지시간으로 12일 가진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방미 성과를 소개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의미 있는 발언이 소개됐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 측 방미 대표단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협상을 더 해야 한다”라며 “(그간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북미의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와 관련한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세간의 전망을 사실상 반박하는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른바 ‘빅딜’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등 핵 관련 시설 일부를 폐기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해당하는 보상 조치로 응답한다는 수준으로 전망됐다.

2차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의 판이 완전히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바탕에 둔 전망이었다.

그러나 협상의 당사자인 비건 특별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2차 정상회담 후에도 현재의 비핵화 협상 국면이 획기적 수준의 변화는 없을 것임을 예견케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 News1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 News1
비건 특별대표는 이에 앞서 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미 간 협상의 의제가 ‘12개 이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의제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구체적 발언이 협상의 당사자를 통해 나온 것은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을 전후로 ‘12개 이상’의 세부 의제를 중심으로 ‘스몰딜’을 이어가는 협상 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의 현재 국면이 북한의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합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12개 이상의 세부 의제가 제각기 연동되는 의제로 추정되지만, 각 사안 별로 ‘스몰딜’로 평가될 수 있는 합의는 지속적으로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12개 이상의 ‘스몰딜’이 순차적으로 모여 결국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전망된 ‘빅딜’과 같은 결과를 내는 협상전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는 2차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원샷’ 방식의 협상 국면에서 ‘단계적 동시행동’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기존 평가와도 맥락이 닿는다.

단계적 동시행동은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취할 때마다 이에 대한 보상이 제시된다는 뜻으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우리는 ‘당신(김정은)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단계적 동시행동 방식의 협상 전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북미가 올 들어 비핵화 협상의 책임 있는 실무 협상 채널을 온전히 구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8월 임명 후 처음으로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만났으며, 북한 역시 외무성 출신의 전략가로 평가되는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를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선임해 협상 테이블에 내보냈다.

지난해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석일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전면에서 협상을 진행했던 것에 비해 정돈된 협상 채널이 구축된 것이다.

앞으로 북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 대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간 실무 최고 책임자 채널, 비건-김혁철의 실무 협상 채널을 통해 체계적인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결국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의 약 260일 동안 북미는 전략을 구체화하며 협상팀도 새롭게 구성하는 등 협상의 진전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진 것”이라며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통상적인 국제관례에서 다소 벗어난 ‘탑 다운’ 식 대화 방식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최종 결정에 따라 정책 방향이 설계되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은 ‘딜’ 보다는 향후 각 채널별로 단계적으로 논의할 의제를 확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는 12개 이상의 의제 중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상응 조치에 가장 부합하는 ‘핵심적’ 의제를 먼저 합의하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전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관련한 윤곽은 17일 이후 전개될 비건-김혁철 간 북미 실무협상에서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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