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5>美서 주목 받는 외국 정상은 단 2명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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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That‘s the good thing about being president, I can do whatever I want.” (그게 바로 대통령이어서 좋은 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재임 기간 동안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싸우느라 별로 하고 싶은 대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도 이런 말을 한 것 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좋긴 좋나 봅니다.

그의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한국은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1년 사이에 많이 대통령다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맞느라 떠들썩했지만 미국은 외국 정상이 와도 그렇지 않죠. 워싱턴 정도만 분위기가 감지될 뿐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물론 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외국 정상도 있습니다. 중국과 이스라엘 정도입니다. 미국의 외교 순위를 알 수 있죠.

워싱턴 특파원 시절, 두 명의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중국과 일본 지도자가 미국에 올 때도 취재했죠.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올 때는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의 깍듯한 대우를 받는 장면을 보면 뿌듯합니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화기애애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한 것이 있으니 바로 두 정상의 현격한 키 차이. 양국 역대 대통령들 간의 키 차이를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키 큰 사람도 아니고, 한국 대통령도 한국 평균 키일 텐데…. 그래서 두 나라 대통령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별로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잘 보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만날 때는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키로 대등한 관계에서 만나는 것 같으니까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한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비마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왔을 때 양국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미셸 오바마 여사가 워싱턴 근교의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취재했습니다. 실제로 보니 미셸 여사의 그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란…. 압도된다는 표현이 적절했습니다.

키 차이의 굴욕은 한국 뿐 아니라 대다수 아시아 지도자들이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고 키 큰 한국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한국 대통령이 발판 위에 서있을 수도 없고…. 아담한 키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미국 대통령과 정면에서 눈을 맞추는 한국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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