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국정쇄신과 소통 위해 민심 속으로 뛰어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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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총선 후 민심을 청취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20대 총선 후 국회 권력은 야당으로 넘어갔고 국정 지지율은 29%까지 추락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과 소통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그렇지 못하면 레임덕의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은 자유롭게 문답하는 기자회견보다는 각본이 짜인 대국민담화나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전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주로 채택됐다. 박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소통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마무리 짓는 일방통행에 그쳐선 효과가 반감될 뿐이다. 국정 운영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 민심을 아프게 새겨 간담회를 국민과 직접 진솔하게 대화하듯 진행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선 참패의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국정 및 인사 쇄신을 약속하는 알맹이가 빠져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1년 10개월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이번 간담회에선 과거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의 호감도 조사에서 53%가 나왔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은 걱정도 않는다. 미국 의회도 2014년 11월 이후 하원과 상원을 모두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해 여소야대(與小野大)다. 오바마는 전화 통화, 개별 면담, 식사 대화를 통해 국회 및 야당의 지도부와 끊임없이 접촉한다. 일요일 주례연설 외 수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에서 배울 바가 많다.

임기 초인 2013년 4월 박 대통령은 첫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때도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또 세대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의견을 널리 청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열어 각계 원로와 지도자의 말도 듣겠다고 다짐했다. 3년 전 약속을 얼마나 지켰다고 생각하는지, 편집·보도국장에게 물어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질문에 제한을 두지 말고 몇 시간이라도 토론하면서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 같은 탕평에 무게를 둔 인적 쇄신, 야당과의 소통, 불통과 특정 지역 편중으로 질타받은 인사 방식의 개선,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한 국민통합 방안에 대한 견해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과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꼭 들려 달라. 내일 간담회가 대통령이 ‘민심의 바다’에 용기 있게 뛰어드는 대장정의 첫걸음이길 부디 바란다.
#박근혜#대통령#총선#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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